“혼자 반찬을 만들기가 힘들다고요? 반찬 만드는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사먹는 밥이 지겹다고요? 주말엔 건강하고 맛난 집 반찬을 함께 만들어요. 일일 엄마와 함께 반찬 만들기도 하고 만든 반찬을 나눠요!!”

sns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신청을 한다. 참가비를 이체한다.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반찬을 담아갈 통을 들고 정해진 장소에 모인다.

낮선 곳인데도 지도앱을 통해 다들 잘 찾아온다. 처음 만나는 서먹함은 자리에 두고 식탁을 중심으로 둘러서 인사를 나눈다. 간간히 생기는 웃음과 박수소리가 분위기를 돋운다.

앞치마를 펼치고 오늘 만들 음식과 재료를 만난다. 재료에 담긴 제철 이야기와 건강한 양념을 고르는 팁에 솔깃해 한다. 준비한 재료를 다듬고 썰고 양념하고 조리한다. 서로 칼질한 모양을 비교하고 순서를 익히며 이야기가 분주하다. 맛을 보고 감탄하고 질문하고 그러는 동안 허물없는 사이가 된다. 바로 전 타인이었던 우리는 둘러앉아 밥을 먹는 식구가 되어간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생리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이며, 친해질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 주는 연결체임을 경험한다. 반찬을 통에 담으며 행복하다. 얼마 전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을 통해 식생활사람도서관과 함께 진행한 모임이다. 소셜 다이닝이란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식사를 즐기면서 인관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오늘은 또 뭘 먹지?’

날마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인류평화나 지구 환경문제보다 더 절박한 고민은 ‘지금 뭘 먹을까?’이다. 시장과 마트를 돌면서 내 손으로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해서 먹고 또 설거지까지 하다보면 노력에 지치고 음식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이라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절박함이 간혹 나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식품회사의 현란한 마케팅에 외식이 일상화되고 인스턴트와 가공식품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간다. 1인 가구와 소규모가족이 늘어나고 바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생활패턴으로 집에서 조리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요리를 할 줄 모르니 밖에서 만들어진 반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농업의 생산기반도 흔들린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와 개인적 욕구에서 출발해 모색한 것이 바로 공동부엌이다.

소유 지향과는 달리 공유 지향의 다양한 삶의 형태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다. 함께 모여 식단을 짜고 공동 구매를 하여 음식을 만든다. 주방시설이 갖추어진 지정된 곳에 모여 ‘주부와 주부’, ‘주부와 어르신’들이 조리비법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넉넉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 날 먹고 싶은 재료, 혹은 함께 해먹고 싶은 음식의 재료를 가지고 와서 만들어 먹고, 대화도 나누면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요리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생활비를 절약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건강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익히고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공동작업에 따른 협업력이 생기고 마을공동체에 대한 소속감도 생길 듯하다.

그러면 가족을 대신할 소통의 식문화로 동네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동작구 상도3·4동에 위치한 성대골마을의 주민주도형 공동체시설 나눔부엌 마포동네부엌,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사회적기업에 공모된 공동부엌 탄방동형 공동부엌 대전마을부엌, 전남도내 506개 마을에서 봄과 가을 농번기 25일 동안 시행하는 마을 공동부엌 등 다양한 곳에서 행해지는 공동부엌의 운영을 눈여겨본다. 셋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활동가의 말을 믿고 춘천서도 펼쳐 볼까나.

채성희 (슬로푸드한국협회 지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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