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춘천 중도에 개발하려고 하는 레고랜드 관련 소식들은 온통 우울하기만 하다.

도는 그간 시공사 선정문제로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지만 이제는 시공을 하겠다는 건설사가 나서서 곧 공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춘천사람들》이 취재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도는 마치 협의가 끝난 것처럼 말했지만 도가 접촉했다는 시공사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번 포기했다 다시 협의를 하고 있는 이번 시공사까지 합하면 모두 네 번 협상이 이루어졌는데, 한결 같이 사업을 포기했거나 부정적인 전망을 내보이는 이유는 공사비 정산방식 때문이다. 도가 내걸고 있는 정산방식은 사업자가 먼저 공사를 끝내고 나면 도가 뒤에 개발부지를 매각한 금액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공사는 사업비를 마련하는 일부터 공사대금을 회수하는 일까지 모두 자신들이 해야 한다. 사업자가 져야 할 부담이 많다. 여기에다가 시공사가 계약을 하게 되는 당사자는 특수목적법인인 엘엘개발인데, 이 법인이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레고랜드 사업이라는 특수목적을 위해 강원도도 지분참여를 하고 있는 이 법인의 전 대표가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 실체를 정확히 알기가 어려운 어니시스트라고 하는 전략적 투자회사가 엘엘개발의 계약 등에 관여하는 모호한 구조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의문을 사고 있다. 이런 내용이 시공사들에게는 위험요인으로 인식된다는 이야기다.

레고랜드 개발을 둘러싼 여러 가지 불투명한 상황으로 인해 강원도의회는 급기야 사업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일 열린 글로벌통상국 추경예산심의에서 레고랜드 전력 관련 기반시설 예산 31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개장을 예정보다 1년이나 앞당긴 일본의 레고랜드 소식도 레고랜드 건설에 잿빛 전망을 가중시킨다. 지난 1일 나고야시 항만에 터를 잡고 문을 연 ‘레고랜드 재팬’이 개막 2일째 방문객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후문이다. 세계에서는 여덟 번째고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장한 탓에 개장 전에는 여러 가지 기대가 있었지만, 막상 실물을 본 일본인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근 2년간 방문객이 줄고 있어 고민인 도쿄시 인근의 디즈니랜드와 같은 곳이 그나마 충분한 규모를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한 것과는 달리 ‘레고랜드 재팬’은 모형 뒤로 고속도로가 보이는 등 하나의 별세계에 온 느낌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규모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점도 지적됐다.

레고랜드 개장식에 다녀온 최문순 도지사와 최동용 춘천시장의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하지만,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볼 때 사업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평창올림픽 이후로 미루는 편이 나아 보인다. 개막일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은 목표한 후원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행사가 끝나면 수천 억원의 빚을 도와 시군에 떠넘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어차피 해야 하는 평창올림픽이 국민과 도민, 대한민국과 세계를 기쁘게 하는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도민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지혜와 결기가 함께 모여야 된다. 이러기 위해서라도 레고랜드 사업은 당분간 새로운 일을 더 벌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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