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물수업은 ‘생물을 탐구하는 수업’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가 어색한 이유는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생물수업 시간에 ‘생물’이 없기 때문이다. 생물시간에는 보통 식물의 한살이부터 동물세포와 식물세포, 생물의 대사과정과 기관, 더 작은 단위인 DNA와 생식과 번식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이 거창한 이론들을 학습하며 생물을 직접 관찰하고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은 거의 없고, 그나마 잘 그려진 모식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생물학은 귀납법에 근거한 학문이다. 귀납법이란 개별적인 현상들을 종합하여 하나의 이론이나 명제를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즉, 다양한 생물들의 관찰을 통해 일반적인 이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생물학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는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파브르, 다윈, 멘델, 제인구달 등 유명한 생물학자나 동물학자들의 일대기를 들여다보면 모두 일상에서 마주치는 흔한 생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밀하게 관찰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다양한 생명활동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세밀히 관찰하는 호기심과 기록하는 습관이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이론을 발견해낸 것이다.

춘천전인학교에서는 ‘생명과학’이라는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의 수업주제는 ‘팔미천 포켓몬고’다. 학교 앞을 흐르는 하천인 팔미천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마치 포켓몬고 게임을 하듯 채집하고 사진촬영을 하며,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기록하는 수업이다. 학교 주변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다. 일단 학교 앞을 나서면 보이는 질경이, 냉이, 꽃다지, 토끼풀 등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나는 식물들이 있다. 하천으로 나가면 갈겨니, 동사리, 모래무지, 잠자리애벌레, 개구리, 도롱뇽 등 무수한 어류, 곤충, 파충류를 만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 몸에는 수천수만의 박테리아가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도랑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히드라, 물곰(완보동물) 등 놀라운 미생물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모든 생물들은 ‘생명과학’ 수업의 관찰대상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생물학자들이 밝혀낸 놀라운 과학적 사실을 적용하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흔한 생물들의 위대한 능력에 감탄하며 어느덧 모든 생명들이 특별한 존재라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마법 같은 수업이 이루어진다. 춘천전인학교 학생들은 식물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배우고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현호색의 변이’를 관찰하기도 했다. 현호색이란 양귀비목에 속하는 풀꽃이다. 그런데 현호색을 채집한 후 세밀화를 그리기 위해 관찰하다보니 잎의 모양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지며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상의 생물들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다윈 진화론의 근거가 되는 ‘생명의 변이현상’을 목격한 것이다. 단지 이론으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되는 학습현장인 것이다.

그 외에도 개구리나 도롱뇽을 채집해 길러보고, 학교 앞 하천의 플라나리아를 직접 채집해 분리실험을 하며 동물의 ‘생식과 발생’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또한 현미경을 통해 히드라나 물곰과 같은 미생물들을 직접 관찰하고 이들의 놀라운 생존능력을 알아봄으로써 첨단생명공학에서 다뤄지는 생물의 노화현상에 대한 비밀도 알아볼 수 있다.

‘생물학의 출발은 일상의 관찰이다.’ 이것이 춘천전인학교 생명과학수업이 지향하는 바다. 교실에서만 앉아있는 수업이 아닌, 생동감 있고 다양한 생물에 대한 관찰기록과 이론수업의 균형을 통해 보다 생동감 있는 생물수업이 이뤄질 수 있다.

홍지훈 (춘천전인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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