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동 ‘책방마실’에서 맥주와 커피 마시며
책속에 파묻히다

옥천동 춘천 미술관이 위치한 대로변.

‘책방마실’이라는 아담한 간판이 눈에 띈다. 다양한 책과 커피, 그리고 맥주가 공존하는 공간. 특히, 이곳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부터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하얀색 콘크리트 벽과 직접 만든 선반, 책장에 다양한 장르의 독립서적들이 정리돼 있다. 독특한 분위기의 책방 사장은 어쿠스틱 듀오 ‘모던다락방’의 멤버 중 한 명인 정병걸(35) 씨.

음악을 하는 그는 지난해 12월 도서관 사서 일을 하던 여자친구와 함께 이 공간을 발견해 문을 열었다. 책방마실은 자연스럽게 음악과 책이 함께하는 곳이 됐다. 그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커피와 맥주를 함께 즐길 수 있고, 매월 말 금요일에는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전국 곳곳의 책방을 돌며 이 책방을 준비했다. 책방마실이 생긴 후 그의 일상은 특별해졌다.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회사가 없어서 일일이 직접 작가와 연락해 서적을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는 이 일과 공간이 너무 즐겁다. 테이블부터 선반까지 하나하나 직접 제작하며 두 사람의 사이도 더 좋아졌다.

책방마실이 더 특별한 건 ‘마실 2호’라 불리는 그녀의 세심하고도 특별한 인테리어 덕분이다. 방처럼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에 테이블은 단 세 개. 책을 읽으러 온 손님들이 독서에 집중할 수 있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주인장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요즘 들어 여유를 위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의 앨범준비 때문에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영업을 했으나 봄을 맞아 오전 11시부터 2시에도 잠깐 가게 문을 연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책은 이미경 작가의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이라는 독립출판 서적이다. “글과 그림이 반반씩 섞여있는 책이에요. 이미경 작가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수백 점의 구멍가게 작품을 그린 것처럼 저희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곳곳에 숨어있는 작가님들을 찾아내니까요. 낭만과 위로를 전하는 것도 비슷하고요.”

애초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그저 앞으로 천천히 행복을 위해 살고 싶을 뿐이다. “저희 공간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빨리빨리 하고 정답이 있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잠깐의 천천함을 맛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는다면 앞으로 살게 될 먼 길, 좀 즐겁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책방마실은 오늘도 조용한 음악과 함께 느지막이 문을 열었다. 여유를 파는 가게, 책방마실은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공간이다.

 

 

 

 

김도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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