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입안에 침이 고이는 욕망의 계절. 생명의 기운이 터진 수돗물처럼 솟구쳐 내 몸 네 몸에 그득한 양수, 너무 간절히 원하면 멀어지는 게 연애라는데 제 열기에 겨워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냥 들이닥치는 봄이다.

T.S. 엘리엇이 ‘황무지’에서 말했듯, “죽은 땅에서 라일락꽃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무감각한 뿌리를 흔드”는 불룩한 봄의 밥상 앞에서 그녀는 목이 멘다. 어느 외진 그늘 ‘눈감지 못하고 뚜룩뚜룩’ 쳐다보는 봄이, ‘지울 수 없는 무늬’가 온 몸뚱어리에 응고된 4월이 억장을 무너뜨리고 숨을 죽이다 간다.

거리엔 대선주자들의 함박웃음이 로터리의 확성기가 불룩한 말의 폭죽을 벚꽃처럼 터뜨리고 있다. 남의 신발 밑창을 잘라서라도 뱃속의 생명을 키워야하는 ‘물기 고인 눈가’가 코끝이 찡한 밥상을 받게 되려는지….

송병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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