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이 있다. 이곳 주민들은 협동조합 ‘달콤한 밥상’에서 반찬을 사고, 안심생활협동조합 ‘땅이야기’에서 유기농 먹거리를 산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교육협동조합 ‘둥지’에서 방과 후 활동과 쉼을 갖고, 엄마들은 공동육아협동조합 ‘동동’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 ‘아제 어디가’라는 활동으로 아빠들은 모두 이 마을 아이들의 삼촌이 되어 함께 놀고 소풍을 떠나기도 한다. ‘한사랑 어린이집’에선 장애-비장애 완전통합교육으로 자연스레 아이들이 함께 자란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엄마는 발달장애교육협동조합 ‘마을애’의 구성원이 되어 아이들의 치료와 방과후 활동을 함께 하고, 이 아이들이 자라 마을 카페, 도서관, 어린이집, 텃밭 등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장애인과 소수자(에이즈 감염인)도 이곳에선 그저 한 사람의 마을주민으로 삶을 함께 한다.

이곳은 대구광역시 동구의 안심마을이다. 마을은 크게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영역과 육아·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영역, 발달장애인의 보육-성장-치료-자립을 중심으로 하는 발달장애영역, 벼룩시장·축제·텃밭·마을음악회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영역으로 구성되어 20여개의 조직들이 다양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영역의 중심엔 ‘마을’과 ‘공동체’의 공통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처음 관심을 끌었던 것은 주택협동조합 ‘공터’였다. 마을주민 60명이 십시일반으로 190평 땅에 10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마을에 1호 ‘공터’가 생겼다. 단순한 출자와 자산의 개념이 아니라 이들에겐 ‘공유자산’을 직접 만들어보는 마을주민들의 실험이었을 것이다.

마을의 필요가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지고, 그 협동조합의 기반이 다른 협동조합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어찌 보면 마을이 복합적 협동조합으로의 생태계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분석적(?) 접근에서였다. 마을의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안심마을에선 마을카페, 유기농매장, 도서관, 어린이집, 마을텃밭 등 마을 곳곳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발달장애 청년들은 20여명 정도지만 지속적으로 고용을 늘려가고 있다. 마을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스스로 그리되어진 마을의 지금 모습에 모두 놀란다고 한다.

물론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2014년 가을, ‘공터’에 장애교육공동체와 발달장애자립지원센터 입주를 반대하는 일부 지역민들과 심한 갈등이 빚어져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마을 조직들이 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의사결정과 논의과정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마을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존중하는 것이 마을의 분위기로 익어가고 있다. 이 마을 아이들에게 장애인은 그저 조금 다른 친구들로, 장애 학부모는 그저 조금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이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일, 마을카페를 기반으로 발달장애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사람이야기’가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양성을 인정하며 각각의 목소리를 하나의 가슴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의 여정이 봄기운마냥 따뜻하게 다가온다. 지금 내가 사는 마을에서의 ‘함께’는 어디까지일까?

김윤정 (협동조합 ‘교육과 나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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