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성전’은 예부터 물고기의 성(城)이고 물고기의 밭이었겠다. 그러한 어성전에 보잘 것 없는 절과 경운기를 몰고 다니는 스님이라니.

그래도 고기들에게 한 해 몇 번씩 물속에 돼지머리를 던져주는 그 마음이라니.

어성전은 시인을 물고기처럼 대해주고, 물이 집이라니. 스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에 혹 더는 내줄 게 없어 몸을 던져 공양을 한 것은 아닌지, 라니. 그리고는 스님이나 어느 인간이나 커다란 돼지머리쯤으로 여긴다는 어성전. 시인도 언젠가 물고기 여관에 들고 싶어 한다.

소소한 얘기에서 발현되는, 혹은 놓칠 수도 있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의 그 따뜻함을 기발하고 처연하도록 비유의 칼을 휘두르는 이상국 시인의 천연덕스러운 표현에 자못 숙연해진다. 우리 모두 ‘돼지머리쯤’의 ‘어성전’에 한 번 들어보지 않겠는가.

조성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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