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세상을 떠난 선열들을 기리고 감사를 표시하는 달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온전히 ‘나의 땅’이 되도록 지켜냄으로써 어떤 다른 국가의 간섭도 없이 이 땅에서 형제자매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 땅의 주인으로서 온전히 배타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들 선열 덕이다.

대한민국의 오늘에 감사하다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단 하루라도 오늘의 평안이 있게 한 선열을 추모하고 명복을 빌어야 마땅하다. 《춘천사람들》도 이 자리를 빌어 호국선열들의 충정에 고개 숙여 깊이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러나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기만 한다면 선열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는 일이라 할 수 없다. 선열들이 온 몸을 다해 지키고자 한 것이 비단 이 나라 강토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친구, 형제자매, 자식들이 누릴 평안한 삶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공감한다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선열들이 지켜낸 이 나라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함께 하지 않을 수 없다. 맑은 강, 푸른 산 등 영토도 아름답게 유지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달 29일에 ‘1987년 항쟁’이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독재와 맞서 온 4·19, 5·18과 함께 1987년 6·10항쟁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간선제를 통해 군부독재를 연장하려던 시도를 맨몸으로 막아선 이 항쟁으로 대한민국에는 16년 만에 다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됐다.

호국보훈의 달에 맨몸으로 독재에 항거하다 죽거나 다친 많은 민주열사들을 함께 기억하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 이 나라, 이 지역에서 무엇으로 더욱 잘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일 역시 자연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호국보훈의 달이 지향하는 ‘우리’의 정신을 의식하지는 않았겠지만 춘천의 6월에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행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어 반갑다.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실시한 ‘네트워킹데이’, 약사동 옛 골목을 추억하고 도시공간에 인정을 불어넣자는 ‘약사 릴레이전(展)’, 신남초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만든 ‘드름지기’가 펼치는 온마을학교의 다양한 행사 등이 그런 예다. 지난달 말에 열리긴 했지만 춘천지역 양대 대학의 스포츠 교류전인 ‘한강전-강한전’의 부활도 잘 발전시키면 대학이 지역공동체의 발전에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까운 일도 없지 않다. 소양중 학생 500여명이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을 지원해달라며 엽서를 보냈다는 소식은 안타깝다. 올림픽 열기가 끓어오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이토록 우환이 될 일을 많은 사람들의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강행한 당시의 비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측면에서도 그렇다.
호국보훈의 달, 애국선열에 대한 추모와 함께 ‘우리’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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