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초저녁, 여름으로 들어가는 길목. 우리 학교 텃밭에서는 즐거운 잔치가 벌어졌다. 다음날 있을 ‘단오 한마당’을 점검하는 회의를 포트럭파티(Potluck Dinner)로 했기 때문이다.

학교 텃밭에서 학부모회가 공동 경작한 쌈채, 학부모회 예산으로 삶고 있는 수육, 각자 집에서 가져온 한두 가지 밑반찬과 밥, 국이 상을 채웠다. 아이들, 교직원, 단오 한마당을 운영하는 ‘학부모 교육지원단’이 모였다.

한쪽에선 큰솥에 아이들 머리를 감겨줄 창포를 삶고, 단오 부채를 만들고, 다섯 가지 색실로 꼬아서 만드는 팔찌인 장명루 만드는 실습을 하고, 수리취떡 만들 재료를 챙겼다. 다섯 살 아이는 수박이 담긴 물통에서 물놀이에 푹 빠졌고, 숲으로 이어진 텃밭에서 아이들은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 먹을 것을 챙기고, 학교행사 점검도 하고, 도란도란 대화가 넘치는 날이었다.

과거 학부모들은 학교가 준비한 행사나 교통봉사처럼 마땅히 국가나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에 동원되기도 했다. 전교 학생회장의 어머니가 학부모회 회장을 맡는 관행도 많아 치맛바람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이제 많은 학교의 학부모회가 새 길을 만들고 있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학부모회를 구성하고, 회칙을 만들고, 자체 사업을 기반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 과정은 학부모회가 민주시민을 기르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동반자임을 뜻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위해 학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길을 제안하고, 교육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학부모회 스스로 교육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있다.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은 교실 안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에 학교가 한 명 한 명의 아이를 함께 키우고, 아이들의 삶터로서 가정과 학교를 바라보고, 아이들과 만나는 모든 이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체계를 만드는 일이 학부모회의 새 모습이다.

 

 

 

 

박정아(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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