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교문 지도라는 것이 있었다. 아침마다 선도부나 지휘봉을 든 학생부장이 아이들의 복장을 점검하는 살풍경이었다. 그런 자리를 이제는 교사들의 따뜻한 인사와 눈맞춤이 대신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아이들을 존중하고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출근시간을 조정해 기꺼이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는 학교. 생각만 해도 든든하지 않을까? 실제 이런 문화를 만들어가는 학교들의 아침맞이 풍경. 날마다 아침에 교문 앞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학교를 상상해본다.

“○○아, 안녕?”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즐겁게 보내자~.”
“오늘도 좋은 하루, 힘내자!”
“사랑해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거 힘들지 않아?”
“○○이 동생 손잡고 오는 거 보니까 참 좋은데?”
“○○*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수고가 많아요.”
“이제 ○○이 왔으니 올 아이들은 다 왔네요.”


날마다 교문 앞에서 오가는 소리.

아이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고 웃으면서 인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지만, 이름도 외우게 되고 그만큼 정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일의 시작이 그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아이들도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보람 있는 일을 하게 되는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상하, 주종, 권위자와 피권위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따뜻함이 녹아 있는 아침맞이.

손뼉 마주치기, 가볍게 안아주기, 악수하기, 가위바위보하기, 손으로 인사하기. 아침 학교 앞 풍경이 이렇다면 아이와 함께 등교하는 학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처음에는 어색해하겠지만 교사들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인사를 경험하고 나면 분명 “이렇게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선생님들이 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게 돼서 기뻐요”라는 말들을 하지 않을까?

굳이 교사만이 아니라도 아이들과 관계 맺고 있는 구성원 그 누군가의 첫 시작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면 좋겠다. 아주 조금만 일찍 학교에 나와 교문을 들어서는 모든 아이들을 보며 따스하게 말을 건네면 뿌듯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시나브로 ‘우리가 사랑 받고 있구나’, ‘학교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삶의 공간이구나’ 하는 안도감에 스며들지 않을까 싶다. 아주 조심스럽게 교문 앞 아침맞이가 보편화 될 수 있는 학교를 꿈꾸어 본다. 보이지 않는 끈으로 모두와 관계를 맺고 존중하는 학교를 상상해본다.

 

박정아 (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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