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시인)

 



한국의 애송시 1위인 ‘진달래꽃’을 비롯해 ‘초혼’과 ‘산유화’의 시인 김소월(1902-1934)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의 시들은 한국인의 한과 정서를 오롯이 담아낸 귀중한 민족문학의 유산이다. 이 시 <비단안개>는 문학성으로 보아 소월 최고의 작품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안개’는 그 말처럼 비단결 같이 곱게 펼쳐진 안개다. 우리 춘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네 연의 첫 행이 모두 ‘눈들이 비단안개에 둘리울 때’로 시작된다. 그만큼 화자의 중요한 감성이다. 여기서 눈은 아마도 ‘꽃눈’이나 ‘잎눈’일 테지만 촉촉한 그 눈들이 또다시 안개에 젖어 곧이어 눈물이라도 쏟을 듯한 애상적인 분위기다. 마지막 절창인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로 시는 끝을 맺는다.

천재들은 대부분 요절하는가 보다. 이상도 그랬고 김유정도…. 또 소월도 32세로 짧은 인생을 마쳤다. 청년 소월이 겪었던 사랑과 이별이 지금을 사는 우리의 눈에도 비단안개처럼 ‘둘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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