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생 30년, 배우 김미아

“어떤 계기를 통해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상상력이 풍부했고, 꼬마였을 때부터 가만히 누워 머릿속으로 그린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 참 좋았다. 다른 사람의 삶을 그려보는 것이 일상이었기 때문일까? 자연스레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80~90년대는 강원연극의 르네상스였다. 많은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이야기가 펼치지는 무대는 배우 김미아(53) 씨에게 무척 재미있는 놀이터였다. 춘천에서 공연되는 많은 연극을 보러 다녔고, 독일문학을 전공해 희곡으로 논문을 냈다.

졸업을 하고 1988년에 ‘짚새기’라는 극단에 입단했다. 첫 작품을 눈여겨 본 연극배우 이영철(현 춘천예총 회장) 씨의 제안으로 2인극을 무대에 올렸다. 당시 정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이영철 씨의 우직함으로 시대극 ‘거꾸로 가는 세상’에서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전국연극제에서 2위에 올랐던 ‘그대의 말일 뿐’에서 사회구조에서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남자의 아내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큰 히트를 기록했던 ‘처우’, 여성 감정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린 ‘불멸의 여자’ 등 선 굵은 작품에서 그녀의 남다른 필모그라피가 보인다.

“직접 고르는 작품들은 사실 좀 무겁다고 평하는 작품들이 많다. 나는 내 연극을 보는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갈 때 조금 불편했으면 좋겠다. 작품의 주제가 됐든, 배우의 캐릭터가 됐든 뭐든 떠올리면 마음에 걸려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소속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소속 배우로서의 활동에 전념하면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번 가을 무대에 올리는 옴니버스 연극 프로젝트 ‘엄마의 가을’ 두 작품은 모두 김미아 씨가 직접 고른 작품들이다. 보편적인 시선으로 인지된 엄마의 모습이 아닌 조금 다른 엄마의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서 엄마의 다른 생각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그녀의 고집이 들어 있는 작품이다.

공연예술이 마니아층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는 쉽지 않다. 공연예술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위해 문화예술계가 내놓은 정책들은 예술인을 위한 정책과는 괴리가 있어 가끔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는 김미아 씨. 관객들은 무료공연으로 쉽게 눈을 돌린다. 그것은 예술가를 위한 정책이 아니다. 지자체나 기업이 스폰의 개념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하기보다는 사회환원의 몫으로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혼자 생각이 많다는 그녀다.

“가끔 연기를 계속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그렇지만 후배들을 보며 힘을 낸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이 나를 계속 무대로 불러낸다.”

김미아 씨는 이번에 춘천에서 열리는 작품을 다음달에 횡성에서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또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소낙비(처우)’도 초청작으로 곧 다시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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