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기관평가제 20년…실효성·평가방식 문제제기

사회복지시설기관평가제도의 실효성과 평가방식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기관평가제도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능력과 서비스 수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대상시설 및 기관들은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기관별 평가기준에 따라 시설 및 환경, 재정 및 조직운영, 프로그램 등을 3년마다 평가받는다. 하지만 평가제도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일률적인 지표 사용과 행정편의만을 고려한 서류평가 방식, 평가 후 사후 관리체계 미흡 등 문제점이 있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17년 전체 공동지표를 확인한 결과, 시설 및 환경영역의 24개 항목 중 18개 항목이 평가를 위해 서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역 대부분의 사항은 시설의 설립 및 허가 과정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사항이기 때문에 서류를 이중으로 준비해야 하는 고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적자원관리 영역의 직원 근속율과 외부교육 참여시간 등의 항목은 사회복지관이 지향해야 할 바와 연관성이 약한 지표라고 몇몇 논문에서 지적받고 있다.

또한 현장과 학계 모두 평가의 주요 대상을 기관·시설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실제 평가에서 프로그램 영역의 반영비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선현장 6명 중 1명, “현 제도의 변별력 여부 모르겠다”

지난 7월 한국사회복지사협의회에서 사회복지사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복지시설평가제도에 대한 사회복지사 인식조사는 현 평가제도에 대한 사회복지사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평가제도의 변별력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전체의 16% 가량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평가제도가 기관사업 업무나 대상자들의 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각각 26% 가량만이 ‘매우 그렇다’나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약 87%가 평가제도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81% 가량이 평가제도로 인해 업무차질이 발생했다고 응답했다.
현행 평가제도의 문제점으로는 ‘서류 위주 평가로 인한 행정 중심의 복지 강요’가 45.6%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행정업무로 사회복지사 소진’, ‘지표 중심의 사업 표준화로 독창성 저해’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사회복지사는 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개별상황을 고려한 지표개발(23%)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2017년에 평가를 받은 모 기관의 팀장급 사회복지사는 “평가결과에 따라 지역사회 복지관들 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현 구조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또 “적정기준을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등급이 낮게 나온 기관에 대한 사후지원 체계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평가가 있는 해에는 평가 준비에 주력해야 하다 보니 서비스에 온 힘을 다하기 어렵다”며 평가제도로 인한 업무차질이 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평가는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 서비스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실시돼야 한다”며 평가제도를 사회복지 수혜자를 위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꾸준히 지적받아, 실효성은 물론 공정성도 의문

사회복지시설 평가제도의 문제점은 학계에서도 지적받고 있다. 〈지역 사회복지 중심의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윤희숙·정은하, 2015), 〈사회복지시설평가제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양난주, 2014), 〈사회복지시설 평가지표 중점 고려사항〉(신용규, 2012) 등의 논문에서는 일률적인 지표로 행해지는 현행 평가방식은 기관의 지역적, 현실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평가제도의 목적은 지난 3년간의 활동을 평가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평가지표는 평가가 시행되기 전 해에 발표돼 평가 때마다 제시된 지표에 맞추어 증빙하기 위한 서류를 새로 만들어내는 구조를 유발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서류 위주의 현행 평가체계에서 지표가 일상적으로 관리되는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아 대부분의 자료를 새로 준비해야 하는 업무의 이중부담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평가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사회복지관의 90% 이상이 최우수나 우수 평가를 받는 상황과 평가결과가 공표되지 않고, 평가결과를 활용할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프로그램 인증제’ 시행… 우수 프로그램 전파도 지원

미국의 경우 대한민국과는 다소 상반되는 평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평가의 대상을 시설, 기관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설정하며, 현장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심사를 사회복지기관이 공인평가기관에 직접 의뢰하도록 해 기관의 자발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뢰한 프로그램은 일률적인 지표가 아닌 과학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평가받으며, 효과성이 입증되면 ‘인증 프로그램’으로 등록돼 해당 프로그램의 전파를 지원받을 수 있다.

1999년 발간된 월간 ‘복지동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시설기관평가제도는 본래 평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시설운영 개선과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탄생했다. 사회복지기관평가 20주년을 맞아 평가제도의 득과 실을 짚어보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행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 개선하려는 관계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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