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센터 이선미 상임이사

‘작은도서관’과 공동육아에 힘쓰며 20~30대의 대부분을 보낸 마더센터 이선미 상임이사. 김예진 시민기자

춘천여성회 사무처장, 춘천작은도서관협의회 부회장,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강원지부장, 춘천여성협동조합 마더센터 상임이사, 춘천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여성분과장….

이 모든 직함이 오늘 만나는 한 사람의 몫이다. 한마디로 이선미(37) 씨의 정체성은 ‘사회활동가’다. 20대부터 띠를 넘는 연령층들과 ‘작은도서관’을 통해 소통한 그녀에게 도서관은 생활이고 삶이란다. 그의 삶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본다.


대학 졸업 후 사회운동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춘천에 있는 선배로부터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왔다. 그렇게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사무국장으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작은도서관’이 부흥을 맞이하면서 풋풋한 사회 초년생으로 육아와 가정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는 이용자들을 통해 주민들과 밀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은도서관’은 여성들의 육아에 대한 애환, 산후우울증, 남편과의 갈등 등 일상의 고민들을 나누고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는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국적으로 ‘작은도서관’이 약 5천700여개 되거든요. 제가 도서관사업을 2004년에 시작했으니 13년 정도가 지났네요. 시작할 때에 비하면 사회적 토대와 생각의 차이가 커졌죠. 지난해부터 저희는 주제별 도서관을 공시하고 운영 중이에요.”

우리가 알던 도서관은 늘 ‘정숙’이라는 말을 강요해왔다. 지금은 ‘작은도서관’마다 특성에 맞는 주제가 있는 친사회적 개념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공부를 하는 독서실의 역할의 전부였던 도서관이 이용자들의 다양성과 요구를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이다.

“‘작은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과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며 책도 추천해 주고 나아가 독서모임을 하면서 소모임이 활성화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생활모임을 기반으로 친목과 시민교육을 확장해 가는 거죠. 이런 점이 기존 공공 도서관과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작은도서관’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매개로 소통과 친분이 쌓이고 도서관 이용자에서 운영자원이 되는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 ‘작은도서관’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시민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지만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처음 문을 연 ‘꾸러기도서관’을 비롯해 춘천에 1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생겼어요. 시작 때는 너나없이 좋은 취지와 열정으로 동네마다 아파트마다 ‘작은도서관’을 열기에 바빴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사실 유지가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엄마들의 자원봉사로 운영이 되고, 자원봉사는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인의식이 부족한 거죠. 이번에 춘천에서 작은 도서관 운영조례 폐지건이 제기됐는데, 어느 도서관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생각을 않는 거죠. 어렵게 만들어 놓은 조례가 폐지되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거예요. 활동이 왕성한 몇 도서관이 모여 이의를 제기해 조례폐지를 무효화시켰지만 이런 일이 다반사라는 게 씁쓸하죠.”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작은 도서관에 대한 지원은 시민들의 세금을 다시 시민들을 위해 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을 지원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선심으로 지원하는 양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선미 씨.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녀에게도 변화가 많았다. 결혼과 출산 등 개인적 변화가 그간의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했다.


“미혼으로 한참 언니뻘인 엄마들과 동화모임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할 때 저는 활동가였고 그들은 이용자였죠. 육아나 가정생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내 아이, 내 남편, 내 가정에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으리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더군요.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의 벽 때문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컸죠.”

활동가와 이용자로서 관계맺음이 컸던 반면, 그녀가 가정을 꾸리고 육아를 하면서 지금은 본인이 이용자로서 또래 엄마들과 소통하지만 분위기가 10여 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듯해 아쉽기도 하다.

“예전의 엄마들은 먹거리도 나누고 자신의 고민도 이야기 하면서 삶의 무게를 나누었어요. 지금은 그것이 사람 사는 맛이었구나 하고 느끼죠. 요즘 엄마들은 나름의 기준점들이 많아요. 관계가 엄격해지고 블록화 된다는 느낌. 먹고 사는 문제가 생활에 직접적으로 미친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대부분이 맞벌이고, 도서관을 찾아 자기 이야기를 하기보다 그 시간에 자기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죠. 전업주부로 집에 있다는 자체를 패배적으로 여기죠.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운동의 연장으로 한 축은 도서관 사업을 했고, 다른 한 축은 육아공동체 모임인 부모협동어린이집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금은 그녀의 아이도 그곳의 구성원이 되었다. 부모가 된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부모협동 어린이집의 운영과 철학에 대해 소회를 밝힌다.

“부모협동 어린이집은 부모 모두가 경영자이고 주인이에요. 재정을 비롯한 모든 운영을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죠. 그것이 어려움이면서도 장점이기도 해요. 애착과 책임감으로 주인의식이 커지거든요.”

매월 정기모임 외에 조합원들이 소풍도 가고 김장도 함께 한다. 연 2회 부모교육 참가는 필수조건이다. 알아야 실천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나와 친한 언니라도 정치적인 이념은 같을 수 있으나 육아관은 전혀 다르기에 미묘한 부분들을 다 맞출 수는 없지만 공유해야 하는 기준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구성원이 지인들에서 일반 시민들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기준이 더 필요해진 거죠.”

공동육아 단체들을 벤치마킹 해보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각자 투자하는 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시간이든 비용이든 각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을 투자하면 공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대답은 단호하다.


“부모가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품을 비용으로 환산하기 시작하면 위험이 커요. 그래서 연 1회 1일 부모교사에 동참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는 반드시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다들 바쁜 세상에 힘든 일이지만, 그 효과와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요. 많은 부모들이 입학상담 시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그래서 아이들에게 뭐가 좋은가요?’거든요. 그럼 저희는 말하죠. 아이들보다 부모에게 좋다고요. 어린이집을 간다는 것은 아이만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변해야 하는 과정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부모들은 그런 준비가 부족해요. 육아에 대해, 부모의 역할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라고 말하죠.”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마을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던가. 아이를 혼자 키우기는 힘들다. 함께의 효과일 것이다. 2014년 전국 최초로 마데센터를 열고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사회운동을 실천해 가는 이선미 씨. 그녀는 커뮤니티가 형성돼 그 안에서 활동가가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역할도 나누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사회활동도 봉사만으로는 한계가 많다. 특정 활동가에게 사회적 희생이 강요되지 않고, 활동가도 사회적 일자리로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결국은 시민의 관심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임희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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