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거대한 스캔들이 터졌다. 이제는 뭣 모르는 초등학생들까지도 다 아는 바로 그 사건, 박근혜·최순실게이트다. 전 대통령의 무능함은 이전부터 논란이 되었으나, 그것이 사실은 조족지혈 수준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어마어마한 대사건이었다. 시민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지도층들, 그리고 국정농단을 묵인한 다수의 고위직 관료들에게 배신당했다고 느꼈고 분노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촛불이 되어 거리를 달궜고, 결국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은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들어맞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는 실망했다. 최순실게이트 이후로 나온 많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과 같은 대중매체들이 으레 그러했듯, 이 책 역시 적당히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국가를 비판하면서 내용을 흐지부지 마무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화 ‘특별시민’이나 ‘더 킹’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더 킹’은 조금 더 나은 편이지만, ‘특별시민’은 형편없는 이야기에 미흡한 상상력, 거기다가 흐지부지한 주제가 합쳐져 만들어진 졸작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점점 더 이러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것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 책도 그러한 내용일 것이라 직감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분명 이 책은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해괴하고 끔찍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과거의 사건들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등장하는 여러 영웅들의 에피소드와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현재 상황과 비슷했다. 각 챕터의 말미에 실린 시구들도 하나의 챕터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에 흠잡을 데 없었다. 저자가 기재한 문학작품들과 과거 인물들의 일화는 돋보였고 멋졌다. 그들은 과연 우리가 추양하는 영웅으로서의 모습을 간단한 대화 속에서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단순한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과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 자전거에서 넘어진 아이를 보고 화를 내거나 혀를 차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그것이 지금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청소년들이 갖춰야 할 미덕들, 지향해야 할 가치들을 자세히 알려준다. 침묵, 고독, 인문학처럼 저자가 내세우는 가치들이 필요한 이유,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아니 처음이었다. 근래의 책들은 하나같이 비판하고 화를 낸다.

반면에 이 책은 ‘왜?’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해준다. 왜 사람들은 침묵을 미덕으로 여길까? 왜 인문학이 현대 사회에 중요할까? 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할까?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일련의 대답들이 시원하게 튀어나온다.

또한 이 책에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최근 전 대통령의 만행으로 인해 리더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아예 역사 속의 훌륭한 리더들 같은 제목을 붙인 책이 서점에서 잘 팔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 책에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과 그밖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소개되고, 그들이 훌륭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중요한 점이 있다. 리더가 비도덕적일 때, 무능할 때, 우유부단할 때, 정국을 잘 이끌어나가지 못할 때 등에 관한 대책이다. 그리고 그 대책은 시민들이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에 큰 공을 세운 촛불시위는 시민들이 결정한 대책이었다.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시스템이 운영될 때에는 그 시스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시민의 품격, 국가의 품격》은 단순히 ‘국가의 품격’만을 다루지 않고 ‘시민의 품격’을 다룸으로써 시민들이 현대 사회에서 해내야 할 역할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역사적 지식을 넓히기 위해 읽어도 좋고, 문학적 깊이를 체험하기 위해 읽어도 좋다. 그렇지만 이 책이 가장 좋은 이유는 지금 이 시대에 청년들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정민수 (봉의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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