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체 베르디아노 심기복

인천에서 태어나 강원대 음악교육과에 진학해 춘천에 첫 발을 디딘 지 벌써 30년을 훌쩍 넘었다. 성악가의 꿈을 꾸었기에 다시 입시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춘천의 매력에 빠지게 돼 춘천에 터를 잡고 성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베이스 심기복(51) 씨. 어릴 때부터 노래를 곧잘 했던 심 씨는 성가대 활동을 하던 어린 시절 목사님의 권유로 성악가의 꿈을 꾸기 시작해 오늘까지 그 꿈을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오로지 한 길을 올곧게 걸어왔다.

강원대를 졸업하고 서울시립합창단에 입단해 3년의 활동을 마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다. 이탈리아 모노폴리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칼리극장 소속 아카데미와 끼지아나 아카데미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베르디 서거 100주년이었던 2001년, 마리오 델 모나코 국제 콩쿠르, 죠반 바티스타 벨루티 국제 콩쿠르, 카스텔 피다르도 국제 콩쿠르, 론란도 니꼴리지 국제 콩쿠르를 포함해 모두 8개의 콩쿠르에 참가해 전부 입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세계의 모든 성악학도들의 꿈인 보체 베르디아노(베르디의 소리)가 됐다.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 베르디 ‘레퀴엠’으로 이탈리아 순회공연을 하고, 베토벤 합창 교향곡과 모차르트 레퀴엠, 롯시니 스타밧트 마테르 등 수많은 무대에 솔로로 출연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연주 위주의 활동을 계속했다. ‘리골레토’, ‘라 보엠’, ‘멕베드’, ‘라트라비아타’, ‘마농레스코’, ‘운명의 힘’, ‘모세’, ‘박쥐’, ‘피가로의 결혼’, ‘투란도트’, ‘돈죠반니’, ‘코지판투테’, ‘잔니 스키키’, ‘시뇨르 부르스끼노’, ‘봄봄’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오페라의 주역으로 무대에 섰다.

한국에 귀국한 건 지난 2004년으로 벌써 13년이 됐다. 짐을 받으러 한국에 잠시 들렀다가 일정이 뒤로 미뤄지는 바람에 며칠 더 머물면서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정착했다. 당시에도 이탈리아에서 주역을 맡아 오페라를 연습하던 중이었다. 의도치 않게 돌아온 춘천이 무척 좋아 과감히 주연을 맡은 오페라를 포기했다는 심 씨. 베이스가 귀했던 한국 오페라 계에서는 그에게 러브콜을 퍼부었고, 지금까지 쉼 없이 오페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에만 4개의 오페라에서 열연했다.

주로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춘천은 제2의 고향이다. 공기가 맑고 자연이 아름다운 춘천을 떠나 사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대학 진학을 위해 춘천에 온 뒤 유학생활 기간을 빼고는 늘 춘천에 머물면서 중앙과 지역을 오가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빡빡한 일정에 힘이 들 법도 한데, 그는 타 지역을 이동하는 번거로움 외에 힘든 점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노래를 하는 그 순간을 즐기고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시간을 사랑한다.

“베이스로써 더 많은 아리아를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은 의무도 욕심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편하게 부르며 관객들과 더 소통하고 싶다.”

최근 독창회를 끝으로 올해의 일정을 모두 마친 심기복 씨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어떤 무대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관객들을 좀 더 편하게 만나고 싶다는 그의 작은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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