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만원 임대료 걱정” ‘신흥늘배움터’ 호소에 시민들 십시일반
40여명 손길 이어져 200만원 훌쩍 넘겨

지난 13일 오후 2시, 소외계층 성인들에게 한글과 영어, 컴퓨터를 가르치는 ‘신흥늘배움터’(옛 ‘신흥야학’) 운영자 강종윤 씨가 《춘천사람들》 단체톡방에 긴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올해 임대료 340만원 중 177만원을 이달 말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정은 이랬다. 12년 전 시유지에 조립식 패널로 건물을 세워 시에 기부채납을 해 10년간 무상으로 시설을 사용했는데, 올해부터 시에서 임대료를 납부하라고 한 것이다. 연간 임대료는 340만원. 그러나 배움터를 무료로 운영하다 보니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한 사람이 제안을 했다. 36명이 5만원씩 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먼저 돈을 내겠다며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제안을 한 시간은 2시 20분인데, 3시 8분에 180만원이 모아졌다. 목표가 달성되기까지 단 48분이 걸렸다. 뒤늦게 사정을 알고 참여한 사람까지 더해 200만원을 훌쩍 넘겼다. 같은 조합원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강씨의 요청에 응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씨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심정”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흔쾌히 모금에 동참한 《춘천사람들》 조합원들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후원회원 등록을 독려하기도 했고, 시 차원의 대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흥늘배움터’ 문제는 시로서도 안타깝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유지에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을 받았는데, 법적으로 10년이 경과하다보니 무상임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무료 교육시설에 시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남상규 시의원은 “신흥늘배움터의 입장이 안타깝다”며 “시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는데 잘 안 된 것 같다. 이런 일은 제도를 떠나 시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늘배움터’는 1983년부터 1990년대까지 경제사정으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야학을 통해 초·중·고 검정고시를 위한 교육과정을 가르쳤고, 2000년대에는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이나 고국을 떠나 타향살이에 버거워하는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육 등의 공간으로 자리해왔다.

강종윤 씨는 “앞으로도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의 혜택에서 벗어난 이들이 우리 곁에 있을 겁니다. ‘신흥늘배움터’는 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변화하고 또 변화할 것입니다. 그것이 신흥늘배움터의 사회적 역할이고, 이 땅에서 야학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동철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