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림고개 ‘경양식 1988’

이미 한 세대 전이 돼버린 세월. 통기타가 있고 지금과는 사뭇 다른 카페가 즐비했던 거리. 그 중 제법 운치 있게 음식을 즐기던 경양식집.

경양식(輕洋食)이란 말 그대로 가벼운 양식이다.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민이 마냥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미팅이 있거나 아주 특별한 날이라야 어쩌다 갈 수 있었던 추억의 한 페이지다.

육림고개 옛 육림극장 자리를 지나 중앙시장으로 연결되는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경양식 1988’이 있다. 가게로 들어가는 계단 앞에 이르면 손 글씨로 “직접 손으로 만드는 수제 돈가스와 함박 스테이크 드시러 오세요. 옛 추억의 맛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칠판이 놓여있다. 옛 추억의 맛이란 무슨 맛일까? 거의 30년이나 지나버린 1988년 어느 무렵의 기억을 더듬으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 ‘경양식 1988’의 문을 연다.



아늑한 느낌의 실내조명, 재봉틀, 사다리, 옛날식 대문, 오로라, 여닫이문이 있는 TV와 라디오, 전화기, 형광등 등 빈티지(vintage)한 소품들이 지난 세월 켜켜이 쌓인 기억의 창고에서 추억을 소환한다.

이제 추억의 맛을 음미할 시간이다. 함박 스테이크와 체다치즈 돈가스를 주문했다. 입 안에서 스르르 녹는 돈가스와 부드러운 육질의 두툼한 함박 스테이크. 역시 정성을 듬뿍 담아 준비한 엄마표 손맛이 통째로 입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수제 돈가스와 함박 스테이크에서 펼쳐지는 풍미 가득 넘치는 특유의 향은 ‘경양식 1988’만의 특별한 맛이었다. 그리고 들깨와 두부가 들어간 소스를 뿌려 나오는 양배추 샐러드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좋은 건강식이 따로 없다.

식후 디저트까지 알뜰히 먹고 나니 속까지 든든해 마음의 여유까지 찾아온다. 옛 추억의 맛을 소환하고 싶다면 ‘경양식 1988’에 한 번 가보자.

경양식 1988
춘천시 중앙로77번길 32 ☎ 254-1988

신선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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