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무술년은 딱히 어떤 이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인식된 이른바 그 ‘58년 개띠’가 환갑이 되는 해다.

추측컨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약 10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연령으로 교실문제 등 갑작스런 인구증가를 가장 확실하게 인식시켜 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제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한 연령대가 현역에서 상당부분 물러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사의 가장 암울했던 유신시기를 청소년으로 겪고, 광주학살이라는 비극으로 시작된 5공화국의 서슬 퍼런 독재기를 청년으로 보냈으며, 민주화 이후 겪게 된 IMF 구제금융기에는 장년기를 보내며 위기의 부모가 돼야 했다.

이제 적폐청산이 화두가 돼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맞는 새해에는 이들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현역에서 물러나 있거나 곧 대부분이 물러나게 된다. 사실 이른바 그 ‘58년 개띠’의 현역 은퇴, 회갑, 노인인구 진입 등은 선배들이 맞은 그것과 다를 바 없고, 앞으로 매년 맞게 될 후배들의 그것과도 역시 다를 바 없다. 한국 역사에서 처음 맞는 대규모의 진입이었기 때문에 빠져나가는 일도 지금부터 몇 년 사이에 규모가 좀 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 유명한 ‘58년 개띠’의 회갑이 되는 올해가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구성한 대규모의 세대였던 만큼 ‘58년 개띠’의 퇴역을 상징하는 회갑년을 좀 더 큰 의미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없지 않다. 새로운 갑년을 시작하는 의미를 담아 마침 올해 대한민국이 이루고자 하는 적폐 청산에 힘을 실어 ‘58년 개띠’가 청장년을 지나면서 겪어야 했던 암울했던 과거 대신 새로운 나라를 열어간다면 한국을 위해서도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대한민국이나 춘천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이념과 같은 실효성 없는 웅변조의 논쟁보다는 개인의 일상을 구석구석 보듬는 세심한 배려의 정착이 아닐까 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회갑을 맞는 그 ‘58년 개띠’ 세대가 태어난 가난한 대한민국과는 달리 부자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거나 유·소·청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도 군사문화의 일방적인 명령이 학교나 가정에서 횡행했던 시절에나 통할 개인의 희생과 침묵이 강요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효율과 생산성을 일방적으로 외치면서 쥐어짜는 방식의 사회 운영으로는 결코 이 나라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 수 없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워라밸’ 같은 개념을 충족시키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워라밸이란 ‘Work and Life Balance’의 영어 앞 글자를 합쳐 만든 말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이다. 이런 균형이 보장되는 사회라야 젊은 세대가 충만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다.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앞으로는 정치인, 공무원, 춘천시민들 가릴 것 없이 모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의 행복추구에 대해서도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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