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시作’에서 시작(始作)한 시 쓰기 많은 것을 기억하기보다 많은 것을 버리다
[어깨동무] ‘시作’에서 시작(始作)한 시 쓰기 많은 것을 기억하기보다 많은 것을 버리다
  • 춘천사람들
  • 승인 2018.01.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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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센터 카페 ‘살림’의 시 쓰기 모임 ‘시作’

지난해 10월 28일 ‘시作’ 시낭송회를 마치고. 앞줄 왼쪽부터 황미령·이은정·홍정미 회원, 뒷줄 왼쪽부터 김민정·김민임·태선영·김력 회원.


#1
시작에 발을 들여놓다
나는 서른 중반을 넘은 여성이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다 적어놓을 수 없어서 개인적인 이유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고학력 청년이라고 밝힌다. 어느 날 나는 마더센터 카페 ‘살림’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 그때 ‘시作’ 리더가 나에게 시모임 시간을 알려주고 와보라고 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나는 당시에 소설 창작에 입문한 상태였고, 그 와중에 시도 한 편 썼기에 가보았다. 나보다 연배가 있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함께 읽던 시는 조금 옛날 시인의 작품이었던 때문인지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고 1년을 쉬었더니 지난해 초에 다시 연락이 왔다. 리더가 ‘시作’ 모임 이름으로 문화재단 사업을 신청했기에 시낭송회와 시집을 내는 일에 동참해보라는 전화였다. 난 ‘kitty99’라는 아이디로 알라딘 창작 블로그에 소설을 올리고 ‘능력이 다 소진한 걸까’ 하던 참이었다. 그래! 시를 써보자. 어쨌든 시도 문학 아닌가. 문장력을 길러보는 거야.

#2
은·는·이·가
시 창작을 내 멋대로 하면서 시를 완성시키기 위해 빼야할 것들이 많았다. ‘은·는·이·가’ 대부분의 조사들은 시를 시답지 않게 한다는 ‘홍샘’의 촌평을 들으며 아! 시라는 것이 어떻게 함축되어야 하는지, 그걸 위해서 초고를 쓰고 퇴고를 하는 일에 얼마나 객관적인 눈을 가져야 하는지 알아가야 했다. ‘황샘’은 동시를 쓰고, 목사님은 오래전부터 써온 시들을 불러내오고, ‘김샘’은 기나긴 산문시에서 어디에 쉼표를 넣을지 알아가고 ‘리더샘’은 시인과 화자가 동일한 작품들에 대해 깊은 회한을 했다. ‘홍샘’은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이라는 시를 쓰며 시인의 영감을 소설에서 스윽 갖고 왔다.



#3
문화재단 후원
‘시作’ 리더가 시 쓰기를 재촉하기 시작한 지 두 계절 지나고 나서야 각 멤버들에게서 작품이 하나, 둘, 셋, 넷 나오기 시작했다. ‘살림’ 카페와 ‘민들레향기’(예현교회) 두 곳을 번갈아가며 드나들던 우리는 서로가 써온 거칠기도 하고 미숙하기도 하고 애매모호한 초고작품들을 서로가 대신 읽어주며 창작의 길을 터갔다. 엉킨 실타래를 갖고 노는 것은 다들 하는데, 그걸 풀어서 다시 돌돌 말아놓는 작업은 좀체 쉽지 않았다.

#4
10월 시낭송회
가을 중턱에 마더센터에서 시 낭송회가 열렸다. 멤버들은 각자 10작품을 시집에 실었고, 그 중에 3작품씩 낭송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해서 조용히 앉아 박수를 쳐주는 훈훈한 자리였다. 글쓴이가 자신의 시 작품을 읽고 청중이 귀를 쫑긋 세우는 순간에 마더센터 ‘살림’ 카페는 공간 가득히 시어들이 조립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앞의 시가 뒤의 시에 밀려가는 동안에 글쓴이도 청중도 많은 것을 기억하기보다는 많은 것을 버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시 아닐까.

태선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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