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만 24년, 퇴계동 모아이발관

여자의 변신이 화장이라면 남자의 변신은 이발이 아닐까? 나도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위해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이발소를 찾는다. 난 미용실에는 잘 가지 못한다. 지인의 권유로 한두 번 가본 적이 있는데 다시는 갈 수 없었다. 왠지 이발한 것 같지 않은 느낌에 가기 전 세면과 머리를 감고 가야 하는 불편함,

또 순전히 내 목을 여성 미용사에게 맡기는 것이 그냥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발소는 준비 없이 가도 마음이 편하다. 슬리퍼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도 되고 암튼 좀 쉬러 간다고나 할까? 예전에는 면도사가 별도로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 목을 맡길 수 있었다.

내 단골 이발소는 퇴계동 현대1차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모아이발관’이다. 열일곱부터 이발을 배운 유재근(68) 사장님은 그 기술로 5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기술을 배워 직장도 다니고 개인사업도 하다가 1994년에 춘천으로 옮겨와 이발소를 운영했다.

춘천의 깨끗함에 반해 정착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간혹 여학생들이 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주로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단골이다. 손님은 하루 평균 4~5명 정도. 항상 혼자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성격이 내성적이라 손님들과 대화는 별로 하지 못한다. 나도 14년 동안 이발소를 다녔지만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항상 눈빛으로 말을 주고받기는 했다.

유 사장님은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일찍이 부모님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다. 몸이 좀 불편한 아내와 함께 두 남매를 슬하에 두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큰 욕심 없이 살고 있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매일 도시락 2개를 챙겨 출근하면 12시간 정도를 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나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12시간 정도를 한 공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사장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느 날 이발소에 가니 내가 잘 보는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보시고, 또한 탁자에는 모 신문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반가움과 고마움에 지난해 촛불 당시에는 던지듯이 대화를 나눈 기억도 있다. 항상 피곤에 절어 이발소에 갔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단골손님으로서 좀 더 친근하게 대화도 나누고 해야겠다. 물론 여전히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고 가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모아이발관
춘주로 162-209호
(현대1차아파트 상가)
☎ 256-8695
▲영업시간=오전 8시~오후 8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일

 

 

 

이정열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