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도서관 관장부터 정리수납 전문가까지 종횡무진
주부 김지희의 도전 스토리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아파트 놀이터였다. 수더분한 모습으로 아이 뒤를 쫓던 그녀였다. 1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김지희(49) 씨는 퇴계주공6차아파트 ‘앞짱도서관’ 5대 관장을 3년간 역임하고 정리수납 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처음 도서관장으로 추대될 당시, 컴퓨터를 전혀 다루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던 그녀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배우고 도전하는 데는 ‘지금’이면 충분하다고 지금의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그녀의 인생 2막 화려한 변신 스토리를 공개한다.

오랜 시간 세 아이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며 일상을 보내셨어요. 도서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도서관을 통해 내 아이가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견학이나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나와 내 아이가 받은 혜택을 조금이라도 어떻게 다시 되돌려 갚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청소부터 봉사를 해보자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왔네요.(웃음) 봉사라는 개념도 없이 도서관을 치우고 정리하다보니 꾸준히 도서관을 드나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도서관을 만나기 전까지는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 일에 몰두하셨고, 어찌 보면 도서관이 조금 더 넓은 사회로 나오는 계기가 됐던 것 같은데 작은 품을 보태는 정도를 넘어 관장 직을 수행하기까지는 보람뿐 아니라 여러 가지 어려움도 감내해야 했을 것 같습니다. 일반 회원으로 활동할 때와 관장일 때의 차이도 컸을 테고요. 어떤 점들이 가장 어려웠을까요?

관장 직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어요. 겁도 났고요. 살림만 하던 내가 그만한 그릇이 되나 싶었죠. 옆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함께하는 거라고 용기를 주었어요. 관장 직을 맡을 즈음에 개인적으로는 좀 힘든 일도 있었어요. 그러나 도서관 활동에 에너지를 쏟으면서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얻었죠.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하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어요. 일반 회원일 때는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어요. 막상 관장이 되고 보니 책임감이 크게 다가왔어요.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전 관장님은 외부적으로 일을 확장하고 키웠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어요. 가장 우선적인 가치는 안전과 청결에 두었죠. 운영진이 많아야 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어요.

앞짱도서관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김지희표 앞짱도서관에 대해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공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도서관 안에 다락방과 청소년실을 둔 것을 가장 자랑하고 싶어요. 자투리로 방치된 공간을 많은 아이들이 찾아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고민 속에서 탄생한 공간이에요.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을 해서 저희가 1등을 했거든요.(웃음) 청소년실을 먼저 만들었죠. 그리고 모두에게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는 다락방을 만들었어요. 저 공간에서 책을 뒤적이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고 스스로 대견해요.

내 아이가 혜택을 받는 시기에는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아이들이 자라 입시체제로 들어가면 도서관 이용률도 떨어지고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관심이 멀어지게 되는 경우를 흔하게 봅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요?

도서관은 제가 가정주부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다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는 계기도 되었고 제가 잘 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키워 자신감과 자존감도 엄청 향상시킨 곳이예요. 도서관은 제게 단순히 내 아이들이 잠시 혜택을 받고 지나간 곳이라는 의미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많이 고마운 곳입니다. 꾸준히 나눌 수 있는 부분은 나누려고 해요.

자기개발을 통해 개인적인 부가가치를 높였다고 했는데, 다른 주부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롤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리수납 전문가로도 활동을 하는 데도 도서관 활동이 계기가 되었을까요?

제가 평소 청소나 정리정돈, 요리하기를 좋아해요. 그런데 그것이 특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주부라면 누구나 하는 일인 줄 알았죠. 도서관 운영위원이 정리를 참 잘한다고 전문적으로 배워보라고 추천을 해줘서 우연스럽게 정리수납 전문가과정을 배우게 되었고 그것이 저만의 능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서울로 다니며 최고과정까지 자격을 따고 강사과정까지 마쳤어요. 요즘은 정리수납 컨설팅도 나가고 강의도 간간히 하고 있어요.(웃음)

정리수납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과 밀접해서 늘 일상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전문가까지 필요한 것인지, 정리수납 전문가라는 것이 대중에게 그다지 익숙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정리수납에 대해 스스로의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왜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면서 집집마다 컨설팅을 다니게 되었어요. 대다수 집들이 물건의 과부하 속에 살고 있더라고요. 집이 어수선하고 물건으로 가득 차 있는 집들은 공통적으로 에너지가 건강한 사람들이 적었어요. 안 쓰는 물건은 버리고, 써야 할 물건들은 자리를 정해주면 집이 정리가 되거든요. 정리수납의 기본은 물건의 자리를 정해주는 작업이에요. 그 작업이 완료되면 가사 일에 소모되는 시간이 줄어들죠. 자연히 개인의 여가가 늘어나서 스트레스도 줄어듭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이 정리가 되면 마음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물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가사 일을 효율적으로 돕고 더불어 정신건강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것이 납득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 가정들보다 좀 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가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재능기부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주민센터나 회사를 통해 의뢰가 들어와 재능기부를 간 적이 많습니다. 대부분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는 등 열악한 경우가 많죠. 주거환경이 생활공간이라기보다 그냥 물건을 한데 모아놓은 모습이었어요. 쌓인 물건들과 함께 그들의 의욕도 뒤섞여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죠. 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우리 집도 깨끗해질 수 있냐고, 자긴 깨끗한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말도 해요. 정리를 마치고 나오는데 손을 잡고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이 다 읽혔어요. 표정들이 정리된 집만큼이나 밝아지거든요.


정리수납이 단순히 집안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다양한 사례를 말하는 김지희 씨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더해져 뿌듯함이 묻어났다. 컨설팅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녀에게 “우리 집을 궁궐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이라며 감사를 표하는 의뢰자들. 긍정 에너지와 의욕을 싹틔워주는 그녀는 분명 선생님이다. 가정주부로서 당연한 일상이었던 일을 나의 특기로 개발해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그녀가 참 눈부시다. 지금도 어디선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해 움츠리고 있을 제2, 제3의 김지희들에게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배우고 나서는 데 머뭇거리지 말자”고. 그녀의 말이 큰 울림이 되어 많은 여성들에게 공명이 되기를 바란다.

 

 

 

임희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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