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15]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 15]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
  • 춘천사람들
  • 승인 2018.03.08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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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식

열과 행을 맞추어 줄 세우지 않았다. 무대 높은 곳에 단상이 없다. 대신 서로가 얼굴을 볼 수 있게 ㄷ자로 둘러 않았다.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교직원 모두와 담임선생님 모두가 아이들 곁에 둘러 않았다. 가운데 104개의 촛불을 밝혔다.

“조용히 하세요”라는 말 대신 긴긴 겨울방학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인사말을 건넨다. 학교가 그리웠나요? 오늘 아침 기분은 어땠나요? 친구들 만나니 좋은가요? 새 학년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교장님은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괜찮아. 아저씨가 있었지. 이 아저씨에게는 머리카락이 겨우 열 가닥 있었지. 아저씨는 머리를 빗으며 ‘오, 괜찮은데’라고 말한단다. 아저씨 둘레 동무들 그 누구도 아저씨를 놀리지 않았지. 그런데 새가 머리카락 한 올을 물고 가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한 올이 빠지고. 그렇게 매일 한 올씩 머리카락이 빠져 버리고 말았어. 하지만 아저씨는 매일 머리카락이 한 올씩 빠져도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세 가닥씩 묶기도 하고, 돌돌 말기도 하고, 리본을 달기도 했단다. 그러면서도 매일 거울을 보며 ‘오, 괜찮은데’라고 말해. 그리고 결국 아저씨의 하나 남은 머리카락마저 빠졌지. 아저씨는 숲에서 조몰락조몰락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들어 쓰고는 ‘오, 괜찮은데’라고 말했어. 곰, 토끼, 돼지, 원숭이, 하마, 닭 모두 화환을 쓰고 ‘하하하’ ‘호호호’ ‘히히히’ 웃었어. 아저씨가 사는 마을은 늘 그러했지.”

모두가 한바탕 웃는다. 그래 자기 빛깔대로, 때로는 실수에서 배우고, 실수조차도 우리의 권리라는 걸 우린 알았지. 우리가 사는 학교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입학식

‘설렘’, ‘기대’, ‘사랑받고 싶어요’라는 꽃말을 담은 화분이 새내기들 수만큼 놓여 있다. 부모님들은 학교생활의 첫 시작을 알리는 촛불을 밝혀준다. 마흔다섯 명의 새내기 이름 한 명 한 명을 불러준다. 손을 드는 아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 부끄럼 가득 담은 대답, 장난기 어린 대답. 참 목소리도 다양하다.

“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여행과도 같아요. 퐁퐁이는 마을 돌아 숲을 돌아 동물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꽃내음을 맡으며 그들과 친구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지요.”

생애 첫 학교의 의미를 담은 《마음이 퐁퐁퐁》이라는 그림책으로 새내기들과 학부모님들의 두려움과 걱정을 기대와 기쁨으로 바꾸어 주었다. 모두가 기꺼이 무대에 올라 입학 기념촬영을 한다.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 차분히, 서로의 자리를 내어주면서 100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의 기쁨 담은 얼굴이 카메라에 다 들어온다.

‘첫아이 학교 보내기’ 안내

교장님, 교감님, 영양선생님, 보건 선생님께서 학부모들에게 말씀드렸다. 한글문해교육? 받아쓰기? 알림장 쓰기? 다치면? 학교에서 먹는 급식? 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가장 궁금할 것 같은 것들을 모아 안내해드렸다. 그리고 느리게 배우는 아이들도 잘 챙기고, 학교생활에 잘 연착륙시키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우리의 첫 출발

그렇게 서로 기대면서 호반에 사는 275명의 아이들의 가슴에 제각각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확인해본다.

학교를 열어가는 3월, 또 그것을 준비해낸 2월. 우리는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해도 모두가 보듬어줄 수 있다는 약속. 오늘 들려준 그림책, 그리고 해오름식 장면 장면마다 담겨 있다. “꽃이 피어서가 아니라 네가 와서 봄이다”라는 환영문구처럼 학교는 그렇게 봄을 맞이하고 있다.

박정아(호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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