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 (시인)

 



남이섬에 가면 대중가요 작곡가 박시춘(1913-1996)의 노래비가 있다. 그의 노래비 안에는 ‘봄날은 간다’의 가사와 악보가 새겨져있다. 이 노래는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노랫말이 아름다운 가요’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 곡이다. 왜 그랬을까? 참고로 2위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3위는 ‘북한강에서’, 4위는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5위는 ‘한계령’이었다.

손로원이라는 시인이 작사를 했는데 노랫말이 정말 아름다운 시 같다. 우선 시의 구성요소인 음악적(리듬), 회화적(이미지), 의미적(뜻)인 삼요소를 너무나 잘 담고 있다. 봄은 짧다. 그러나 이 노래는 단지 봄이 지나감을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인생을 노래한 것임을 모를 사람은 없다. 동명의 영화 ‘봄날은 간다’도 있다.

물론 작곡도 좋고, 가수 백설희의 표현력도 좋았기 때문에 민중들의 심금을 더욱 울렸을 것이다. 속으로 노래가사를 읊조려보면 내가 지금껏 읽었던 여느 시보다도 낫다고 느낀다. 시가 별거던가? 시에 날개를 달면 노래가 된다. 노래가 더 생명력이 있다. 봄날의 한 순간에 자아도취 되는 사람이 많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사라지는 행복을, 그리고 사랑을 귀하게 여겨야한다는 것이 이 노래의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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