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5시엔 ‘번개야시장’으로 Go~ Go~
3년 만에 춘천의 명소로 자리 잡아 말 그대로 ‘문전성시(門前成市)’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자 골목 안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게 앞마다 각종 먹거리를 파는 이동식 포장마차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한편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간이식탁과 의자도 마련됐다.

번개시장은 새벽에 열려 오전 중에 장을 닫는 새벽시장이다. 따라서 몇 년 전 같았으면 저녁시간은 하루 장사를 한참 전에 마치고 한가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이곳 번개시장은 매주 토요일 저녁이 본격적인 대목이다. 1주일에 한 번,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반나절 동안 소양로 번개夜(야)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야시장은 어느새 춘천의 명소가 됐다. 인근 소양강스카이워크를 찾았다가 들른 연인들과 가족단위 관광객, 동네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19일에도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개장시간이 되자 시장입구에 있는 스피커에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20대인 기자가 듣기에도 제법 익숙한 이정현의 ‘바꿔’였다. 바로 옆에서는 튀김통에 핫도그를 부지런히 튀기는 상인이 있었다. 고소한 냄새에 마음을 뺏겨 들여다보니 어릴 적 시장바닥에서나 먹어봤던 큼지막한 핫도그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족히 2천원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옆에 있던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핫도그 1천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핫도그를 해치우고 시장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브로치와 머리끈 등 수공예품부터 수제품, 과일청과 등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기자의 눈길을 소리 내어 부르는 듯 했다. ‘춘천시뚝방협동조합’이 주최하는 ‘담벼락마켓’이다. 물건들이 하나같이 정성을 머금고 있어 가격이 제법 비싸겠거니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저렴했다. 올해로 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처음공방’ 서주영 사장은 “손익계산보다는 오는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며 저렴한 가격의 비결을 밝혔다.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 눈길을 끄는 사람들을 만났다. 번개핫도그의 알빈 웨인 보티거와 이송희 사장 부부다. 웨인 사장은 자신을 “십 수 년 전에 귀화해 주민등록증도 있는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전통시장에 푸른 눈의 외국인이 있으니 굉장히 낯설면서도 새로웠다. 부부는 원형 또띠아 사이에 치즈와 고기소를 듬뿍 넣고 구워서 꿀을 뿌린 퀘사디아 등을 팔고 있었다. 웨인 사장은 유창한 한국어로 “퀘사디아 먹고 가요”라며 말을 걸었다. 슬슬 시장했던 차였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퀘사디아를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부부는 “찾아오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많이 나누고 싶어서 시장에 참가했다”며 “이색적인 메뉴를 자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지나가던 동네아이들이 “아저씨 오늘은 뭐 팔아요”라며 해맑은 질문을 던져왔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아 비빔당면국수(3천원)와 닭내장볶음(5천원)을 주문했다. 봉의산에서 내리 부는 시원한 산바람과 함께 즐기는 식사는 일품이었다. 국수는 고소하면서도 새콤했으며, 매콤하게 볶아내 부추와 깻잎을 곁들여 나온 닭내장은 자연스럽게 시원한 소주 한 잔을 부르는 맛이었다. 옆 테이블에 있던 인근 주민 강아무개(49) 씨는 “내가 이 맛에 여기를 매주 온다니까”라며 엄지를 척하고 세웠다.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시원하게 목을 축일 곳을 찾다가 평화칵테일을 찾았다. 망고와 라임을 비롯해 다양한 과일칵테일을 팔고 있었다. 라임칵테일을 들이키자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사장 문주연(28) 씨는 “오는 7월부터는 문화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며 “더 젊고 활기찬 번개야시장이 될 테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여름밤에 가족, 친구, 연인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소양로 번개夜(야)시장을 찾는 건 어떨까. 넘치는 정과 즐거운 풍류를 전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재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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