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꼬리를 닮아 작고 귀여운 풀이 있다. 길가에, 냇가에, 산자락에, 심지어 도심의 보도 틈새에서도 볼 수 있는 친근한 한해살이 풀이다. 톡 뽑아서 친구의 볼을 간지럽히기도 하고, 팔자 콧수염을 만들어 붙이고는 서로 바라보며 한없이 웃기도 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는 풀이다. 지금도 이 풀을 볼 때면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껏 장난치고 싶어진다.

중세국어에서 ‘강아지풀’의 어형은 ‘랏, 랒’이었다. 이는 강아지풀 외에 수크령이나 피 등을 총칭했을 것으로 보이고, 17~18세기에는 잡초라는 의미의 ‘기음’으로 쓰기도 했다. 근대에 이르러 ‘가랏, 가라지’로 변하고 의미도 강아지풀로 축소되어 쓰였지만 현대국어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19세기에는 ‘강아지풀, 강아디풀’이 등장하여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강아지풀’로 기재되었으며 현재 국명(國名)의 추천명이 되었다.

옛 표기 ‘랏’의 의미와 어원은 다소 불명확한데, ‘강아지풀’은 19세기에 ‘狗尾草(구미초)’와 함께 기재된 것으로 보아 한자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강아지’는 ‘버들개지’를 뜻하는 것이었고 음운상으로도 ‘가라지’와 유사하여 ‘강아지풀’로 자연스레 정착된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국어 또는 한자 사전에 이미 사라진 ‘가라지’로 애매하게 뜻풀이한 것들이 있는데 ‘가라지’는 ‘강아지풀’, ‘가라지조’는 ‘수강지풀’로 바꿔야 마땅할 것이다.

북한에서도 ‘강아지풀’이란 명칭을 권장하며, 지방에 따라 ‘가아지풀’이라 부르고, 제주에는 ‘라조, 라지, 랏’이란 고어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다른 이름으로 개꼬리풀, 자주강아지풀, 제주개피가 있으며 유사종으로 금강지풀, 수강아지풀, 가을강아지풀 등이 있다.

중국명은 狗尾草(gǒuwěicǎo), 일본명도 狗尾草(エノコログサ)로 동북아 3국이 공히 같은 의미를 공유한다. 학명(學名) 중 속명(屬名) Setaria(세타리아)는 그리스어 seta(거센 털)에서 유래한 말로 작은 이삭의 밑부분에 있는 거센 털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種小名) viridis(비리디스)는 ‘녹색의’라는 뜻으로 꽃차례의 모양과 색을 나타낸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