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마실 - 신북읍 지내리] 400년 전통의 대동계 이어온 지내리 사람들
[열아홉 번째 마실 - 신북읍 지내리] 400년 전통의 대동계 이어온 지내리 사람들
  • 김예진 시민기자
  • 승인 2018.08.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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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에는 지명이 같은 마을이 여럿인데 신북읍에 있는 지내리(池內里)는 동면 지내리(枝內里)와 소리가 같다. 본래 춘천군 북내 일작면의 지역으로서 큰 못 안쪽이 되므로 지름물 또는 지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지내상리, 지내중리, 지내하리를 묶어서 지내리라 하여 신북면에 편입되었다. 사실 지내리는 오랜 전통을 가진 마을이다.

성문 안이라는 마을 옛 이름은 고대 맥국과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의 지내리 이름은 도정촌(陶井村, 陶村)이었는데 질그릇을 만들던 가마터가 있었고 도정(질우물)은 마을 우물로 사용했다. 마을 북쪽에 있는 삿갓봉에서 흘러내리는 두갈래 개천이 하나로 만나 마을을 가로지른다. 마을 초입에 있는 지내저수지도 200년이 넘었다. 성문 안 마을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류씨네 사당 뒤에 있어요. 은행잎이 떨어지면 아주 수북하게 푹신한 양탄자같이 깔렸지. 그 은행나무는 수난을 많이 당했는데 불에 탄 적도 두 번이나 있어요. 몇 사람이 팔을 벌려 안아야 할 만큼 둘레가 컸는데 지금은 주저앉았어요.”

 

 

 

 

 

 

 





마을 초입에 있는 지내저수지 뒤쪽에 유기농카페가 있다. 카페 주인장은 지내리가 고향이다. 춘천을 떠난 적이 없는 민병재(34) 씨는 어려서부터 농사일을 거들었다. 카페 부근에 사는 부모님은 평생 농부로 살았다. 그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부모님과 이웃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형 또한 청년창업농으로 한샘고 부근에서 직접 지은 농산물로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리 카페를 열었다. 형이 만든 빵을 유기농카페에서도 팔고 있다. 카페 주변의 농지 5천평을 임차해서 봄이면 유채꽃을 심고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댑싸리를 직접 심고 가꾼다. 그 덕에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지만 아직은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유채기름과 해바라기 기름을 짜고 농산물 가공품을 만들어 팔 생각이에요. 카페를 오픈하느라 그간 소홀했던 인터넷 쇼핑몰에도 신경을 써야죠. 우리 카페는 유기농 원두를 사용하고 다른 재료도 모두 유기농으로 하자니 단가를 맞추기가 어려워 무농약 농산물과 섞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비에 젖은 솜이불마냥 무겁게 내려앉은 구름 아래 지내리의 저수지도 더위에 지친 듯했다. 지금은 낚시가 금지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마을에서 유료 낚시터로 운영했다.

“저 어릴 때는 여기서 스케이트 선수들이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우리는 스케이트를 갖기가 어려워 썰매를 만들어 타거나 얼음축구를 하고 구멍을 뚫어 낚시도 하고 놀았어요.”

입추가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는 여름에 얼음이 든 커피 한 잔은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카페 길 옆으로 흐르는 하천은 실개천이 되었다. 하천 둑을 높이는 사방공사로 냇가에 내려가 놀던 일은 옛말이다. 개천가에는 달뿌리 풀이 점령해버리고 마을 위쪽에 축사가 여러개 생겨나면서 물고기도 사라졌다고 한다.

 

 

 

 

 





옥수수가 타들어가고 콩이 웃자란 길 옆에는 어느새 대추알과 수수알이 굵어졌다.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수수에는 양파망이 씌워졌다. 굵은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마당에 옥수수와 고추를 널어놓은 집의 주인장을 불러내어 비 소식을 알렸다. 시집 온 이후 줄곧 여기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는 아주머니는 곡식을 걷으며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샘물을 가르쳐주었다. 샘은 수량이 많지는 않아도 한여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샘을 찾아 나섰지만 여름 대낮의 농촌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워 물어볼 이가 없어 포기했다.

마을 중간쯤에는 아기새 체험농장이 있다. 3천평 규모의 하우스 시설에는 20여종의 앵무새 600마리와 토끼, 염소, 타조 등을 볼 수 있고,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토마토와 참외 하우스도 있어서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 많이 찾아준다고 했다.

 

 

 

 

 





“날이 너무 더워 냉풍기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우스 온도가 60도까지 올라갈 때도 있는데 동물들이 못 견뎌요. 그래서 이렇게 얼음주머니를 달아두고 물을 뿌리는 거예요. 농장에서는 앵무새를 분양도 합니다. 앵무새는 아주 깔끔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새예요. 스스로 목욕을 하기 때문에 늘 곁에 물을 두어야 해요. 여름철에는 하루에 두 번 갈아 주면 좋아요.”

성문 길 안쪽으로는 복숭아 농장이 많았다. 농장을 지나 산 쪽으로 향하니 강원도 산림과학연구원이 있었다. 정문 앞쪽에 관리동을 제외하면 산 정상부까지 길이 나있고 심은 나무들과 특용작물의 푯말들이 보였다. 128ha의 특용산림자원 시험연구단지로 조성된 이곳에서 산돌배나무, 개복숭아, 마가목 등 특용수종을 이용한 다양한 음료와 발효식품 등 신물질을 개발한다고 한다. 산 정상부로 오르는 길에는 노송들이 멋들어지고 봉의산, 고슴도치섬과 중도까지 춘천시내가 탁 트여 전망이 좋았다. 특용작물 단지 옆으로 쑥부쟁이 보랏빛 꽃잎 위로 나비들이 바쁘게 날개를 펄럭였다. 내려오는 길 중간에 만난 작은 물줄기가 무척 반갑다.

 

 

 

 

 





산을 내려와 지내1리 마을회관에 차를 세웠다. 회관 앞에는 2층으로 지어진 정자가 인상적이다. 회관 안으로 들어서니 마을 노인들이 냉방기를 가동하고 낮잠을 자거나 화투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촌동약(陶村洞約)>은 일종의 향약으로 지내리의 역사를 담은 향약 고문서이다. 해방 뒤의 기록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이어져 있다. 내용 중에 사오백 년 전해져 온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 신의를 다지고 화목함을 닦음(강신수목;講信修睦)부터 관혼상제의 마을 일들을 서로 돕고 환란을 서로 구제해 주기로 한다는 덕목이 주요 내용이다.

“요즘에는 외지로 떠나기도 하고 외지에서 들어오기도 하고, 이런 전통을 아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대동계를 없애자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배운 것이라고는 농사짓는 일밖에 없어 여기서 나서 지금껏 이렇게 살았어도 마을에 이런 전통이 있으니 자손들에게도 공부가 되고 덕이 되는 일이지요.”

박정용(74)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도 옆에서 콩으로 화투놀이를 하던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회관을 나서며 지나는 농로 옆 논에는 파랗던 벼가 빛을 잃어 지신을 비우는 중이다. 서리가 내리면 완전한 비움으로 결말을 지으리라.

 

 

김예진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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