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의 실험, 중소도시로는 전국 최초 사례로 기록될 듯
지자체 주도에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주민운동으로 전환돼야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춘천시정부의 구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행복한 시민정부 준비위원회’ 직접민주주의위원회는 온·오프라인 시민참여플랫폼과 민회, 청년청·지혜의청·농업회의소·공론화위원회·정책협의회 등 다양한 거버넌스를 지원할 총괄부서를 설치한다는 계획 하에 27일 포럼을 마지막으로 2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한다.

촛불혁명에 이은 정권교체, 이어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직접민주주의가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가장 앞에서 견인하는 지자체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의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는 여러 지자체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 서울’은 정책제안부터 실행까지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를 본받아 수원시도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수다플랫폼’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경남 창원시도 플랫폼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청책토론회’는 대전시의 ‘시민행복위원회’로 이어졌고, 시민 1천명의 온라인 청원인 ‘서울천만인소’는 청와대의 국민청원으로 확대됐다.

기초자치단체로는 수원시가 앞서가고 있다. 이미 2011년 2월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민관협력기구인 ‘좋은시정위원회’를 구성한 수원시는 ‘마을르네상스’, ‘시민배심원제’, ‘도시정책시민계획단’, ‘500인 원탁토론회’, ‘시민감사관’, ‘온라인수다플랫폼’ 등 다양한 거버넌스를 실행해왔다. 2011년에 ‘마을르네상스센터’를 통해 본격 추진된 마을만들기운동은 다른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했고, 같은 해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시민배심원제’도 합리적인 갈등해결방안으로 기능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의 핵심정책은 시민총회와 시민정책마켓, 그리고 주민 주도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로 요약된다. 시민제안을 발굴하기 위해 민회활동을 추진하고, 민회에서 수렴된 제안은 분야별로 모아 공유와 토론을 거친다. 이 과정에 전문가로 구성된 민회지원단의 자문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완성된 시민제안은 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찬반투표를 거쳐 시민총회에서 발표되고, 현장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문제는 시민의 참여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직접민주주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래로부터의 자발성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단적으로 ‘민주주의 서울’의 시민제안은 지난 23일까지 4천824건에 이르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제안인 지난 7일의 <이동호출플랫폼 ‘차차’를 통한 시민 이동환경 수준개선 및 공유경제 활성화> 제안은 ‘공감 477’, ‘의견 338’이었다. 서울시가 시민에게 의견을 물은 5건의 의제 중 가장 많이 참여한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에는 고작 1천484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인구 대비 0.0001%에 불과하다.

춘천과 같은 중소도시 규모의 직접민주주의 실험은 전국에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시민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담론은 쓸데없는 논란만 일으켜 공연히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 아래로부터의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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