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기다려 달라” 하세월…사람 바뀌어도 현장 바뀌지 않아
병원측, 앞에서는 ‘해명·사과’, 뒤에서는 ‘제보자 색출’

강원대병원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성추행, 폭언, 갑질, 간호사들에 대한 의사업무 강요 등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21일 강원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강원대병원은 책임지고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의료연대본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대한전공의협의회, 시민단체, 여성단체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최우수병원 선정’을 알리는 홍보물 아래에서 강원대병원 수술실 의사들의 성추행, 폭언, 갑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강원대 수술실의 행태는 지난달 27일 수술실 간호사 37명이 병원에 제출한 19쪽 분량의 ‘수술실 고충’이 공개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문건에는 “회식에 불러 억지로 옆에 앉히고 허벅지와 팔뚝을 주물렀다. 장기자랑을 시켰다”, “섹시한 여자가 좋다며 간호사들에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라고 말했다”, “야간 응급 수술 후 모 교수는 샤워 후 옷을 입지 않고 탈의실로 나와 문단속을 하러 노크하고 들어간 간호사들이 나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 등 심각한 성희롱 사례들이 언급돼 있다.

또, “수술 준비 중 기구를 바늘이 있는 상태로 아무 곳에나 던져 놓아 자상의 위험이 있었다”, “지랄하고 소리 질러야만 해주지”라며 간호사들에게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수술 도구를 던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의사들 대부분이 수술 중 반말은 기본이고, 수술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욕설과 짜증을 당연하다는 듯 간호사에게 쏟아냈다. 이런 폭언과 폭력은 수술실 안에서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폭언을 하지 않는 의사들의 목록을 첨부해야 했다.

의료연대본부 강원대병원분회 오종원 분회장은 “10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대자보가 붙었었다. 성희롱, 폭언, 갑질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때도 병원은 ‘개선하겠다.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병원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같은 부서에서 같은 고충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이 바뀌었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성토하며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한탄했다.

한편, 강원대병원 측은 “수술실에서 제기된 문제로 인해 병원의 임직원은 물론 강원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죄드린다”며 “내부적으로 문제가 된 사안들에 대해 병원에서는 그 심각성을 인식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하고 있으며, 내부규정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부는 병원측의 해명과 달리, 병원이 양심선언을 한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고 반박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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