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숙 (춘천교육지원청)
조미숙 (춘천교육지원청)

아침 7시 20분이면 나는 고3짜리 셋째아이를 깨운다. 잠이 덜 깬 아이를 깨우는 것은 언제나 불편하다. 실컷 자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원하는 대학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인 것 같다. 나도 분명 내 아이랑 비슷한 고3을 보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했고, 집에 오는 시간은 거의 11시가 되어서였다. 매일 아침 엄마가 싸준 두 개의 도시락을 들고 버스를 탔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보충수업, 그리고 이어지는 자율학습, 매일 학교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나는 일과를 반복해가며 고등학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난 아직도 왜 강제학습을 자율학습이라 명명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학교에 끌려가야 했다. 심지에 일요일에도 지각을 하면 복도에서 벌을 서기도 했다. 그 시절 꿈은 내가 무엇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가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은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정책이 도입되고 교육의 수장이 바뀌었어도 아이들은 학교의 온종일 시스템 안에 들어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또 저녁을 먹고 자율학습이 아닌 약간의 강제 학습을 하고 집에 온다. 집에 오면 엄마랑 선생님과의 일, 친구들과의 사소한 일들을 말할 기운은 없어 보인다.

난 이제 아이에게 학교 밖의 시간을 주고 싶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한두 시간의 활동을 하고 집에 와서 가족과 저녁도 먹고, 늦은 시간 영화도 보는 자유시간을 주고 싶다. 동생과 같이 큰 테이블에 앉아서 과제를 하고 수학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꿈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진로·직업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친구들과 같이 꿈을 키워가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인생을 준비하게 해주고 싶다.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의 힘을 믿어야한다. 이미 아이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완성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엄마의 픽업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다.

아이들에게 가정과 사회시스템을 돌려줘야 한다. 모든 교육활동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아이들은 싫어한다. 이미 학교 밖에 청소년 단체활동, 봉사활동, 취미활동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이 준비되고 있고, 향후 진로체험과 연계되어 더욱 확대되어 갈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도 많은 꿈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정책 당국은 물적, 인적,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번 상상해보자, 정규수업이 끝난 3시에 집에 오는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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