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중 체육교사 어형종 씨

어형종 씨를 부르는 타이틀은 여러가지다.
‘두바퀴로가는세상’ 대장
‘앞짱도서관’ 관장
‘강원중 스포츠맨동아리’ 담임교사 등.

참 예쁘다. 춘천 가을이, 하늘이, 소양강이, 나무와 봉의산이 그렇다. 올해 겨울이 길다는 예보에 짧게 가버리는 가을일 것 같아 마음이 아쉽고 부산하다. 주말마다 자연으로 나가 아쉬움을 달래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했다. 아침나절 우두 강둑길을 산책하기로. 왕복 1시간 남짓 걷다 보니 모자람 없는 행복이 충전된다. 행복한 아침 산책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은 개인사정 상 자전거를 탈 수 없기에 그 분들이 참 부럽기만 하다. 정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참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그 잔상을 마음 가득 채워가던 가을 무렵 그들을 만났다. 춘천시민연대 자전거 모임 ‘두 바퀴로 가는 세상(두바세)’이 딱 맞게 선물처럼 들려왔다. 산책길을 걸으며 마주쳤을 그들 속에 ‘두바세’ 회원들이 있지 않았을까?

 

어형종 씨는 체육교사지만 국어나 사회 선생님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김남순 시민기자
어형종 씨는 체육교사지만 국어나 사회 선생님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김남순 시민기자

‘두바세’ 회원들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어형종 씨를 만났다. 자전거타기 편한 춘천을 만들기 위한 생활자전거 모임이 ‘두바세’다. 그는 20대 초반, 춘천은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도시라는 생각을 했단다. 실제로 1997년부터 오늘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삶의 질과 환경까지 연장시키는 대안 찾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알려보고자 2007년 3월 3일 시민연대 소모임으로 시작됐다. 현재 월 2회 모임으로 한 번은 자연과 즐기는 라이딩이고 두 번째는 크리티컬 매스(Critical Mass: 임계질량)인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바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일정 수준(크리티컬 매스)을 목표로 도심의 자전거도로 조성, 안전 확보, 관련 시설 모니터, 춘천 자전거 교통정책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주말 관광객이 이용하는 레저용만이 아니라 도심과 연결되는 생활용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고 출퇴근하며 쇼핑도 하는 자전거 중심 춘천을 만들고 싶다. 한 대가 아닌 수많은 두 바퀴가 누비는 행복한 춘천을 꿈꾸고 있다. 춘천시청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출발한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춘천시민들의 동참을 기다린단다. 다양한 연령층과 함께 자전거면 충분한 춘천을 만들고 싶다고.

인터뷰 사전 조사를 하던 중 강원중학교 교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선생님이라고 하니 설레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덤으로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역시나 체육관에서 인사하는 중학생들의 인사가 참 예뻤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 또래의 ‘인사성 밝은’ 인사였기 때문이다. 요즘 중2 학생들 어떠냐는 농담에 “참 예뻐요!”라고 전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감사했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에너지가 참 반갑다.

멘토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강원중학교 ‘스포츠맨 동아리’ 담임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기사와 사진을 보고 스포츠맨을 예상했는데 국어 선생님 같은 모습으로 마중 나왔다.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학교에 있는 대장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국어 혹은 사회 선생님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니 이런 저런 모습이 그려지나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대학교와 기독교 공동체 활동을 하며 활동적인 성격이 덧붙여졌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단거리, 중학교에서는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했고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는 장거리달리기 특기생으로 입학하라는 요청받았지만 일반고교로 진학했습니다. 운동해서 뭐하려고 하냐는 어른들 말씀에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체육교사가 제 꿈이 되었지요. 어렸을 때 체육시간에 막연히 풀어 놓고 놀게 하는 수업이 지루했습니다. 이때부터 어렴풋이 체육선생님이 돼서 다양한 활동을 지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아이를 물었더니 지금은 30대 초반이 된 제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등 육상 지도를 할 때 만난 한부모 가정 아이였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를 통해 아이와 함께 성장한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자퇴 후 동대문에서 일하고, 인도 여행도 다녀오며 지금은 ‘두바세’ 회원으로 같이 활동하는 모든 시간 속에 그와 제자가 함께 있었다.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든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두바세’ 활동을 접목한 중학생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도 현재진행형이다. 주말에 중학생들과 함께 춘천 근교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작년 초 20여명의 중학생과 함께 `청소년자기성장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전거를 타고 춘천 근교를 둘러보고 있단다.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목적은 안전하고 편리한 자전거 타기 활성화다. 춘천에서 자전거로 통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 알리기 위해서란다. 이렇듯 다양한 활동에 즐거운 스포츠와 아이들의 인생 길잡이가 함께 녹아있었다.

지난해 8월, ‘앞짱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앞짱도서관
지난해 8월, ‘앞짱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앞짱도서관

다음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소통공간이자 도서관인 앞짱도서관 관장으로 만나 본 이야기다. 사연은 지금 중3이 된 아들의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자연으로 기억되는 아버지 고향을 얘기할 때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단다. “내 고향은 6단지예요!” 그에게 충격이었다. 시멘트벽에 갇힌 고향을 아들이 기억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2008년 퇴계주공 6차 아파트 앞짱도서관이 시작되었다. 신혼부부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아파트 특성과 열정이 있는 주민들이 많았기에 공동육아와 교육에 대한 고민이 가능했다고. 아파트 주민과 아이들이 모이는 사랑방으로 독서논술, 영어, 스포츠클럽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웃들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이 모이니 사랑방을 이루고 아이들에게 ‘같이’의 가치를 물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의 아들이 이 마을공동체에서 자랐고 지금은 아이들과 여러 봉사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한다.

삶의 최종 목표를 묻자 첫째, 체육 교사로서 정년퇴임을 하고 싶단다. 놀라며 웃는 기자에게 들려준 대답. “아이들이 싫어하면 선생님 그만두어야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으로 정년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둘째, 춘천시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이란다. 그러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춘천시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잘 보전하고 가꾸었으면 좋겠단다.

춘천 곳곳을 다닐 때 어형종 그 사람의 고민으로 시작된 열매들을 만났을 것 같다. 행복한 그리고 사랑 가득한 아이들과 어른들 속에 ‘두바세’, ‘앞짱’, 그리고 그의 제자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두바세’ 회원들일 듯, 문학과 여러 분야의 꿈을 꾸며 행복한 ‘앞짱’ 아이들일 듯, 함께 뛰는 선생님의 든든함으로 자라나는 학생일 듯하다. 고민이 정체되어 있다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결실을 맺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그와 사람들이 희망의 싹으로 다가왔다. 떠밀려 살아가는 것보다 대안을 제시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춘천시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냐는 마지막 질문에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춘천시민이란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춘천사람들을 말이다. 두 바퀴로 시작된 작지만 아름다운 고민이 앞으로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춘천으로 열매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른 또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까요?”라는 그의 질문에 걱정이 아닌 소망이 그려진다.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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