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산림환경대 최정기 학장

우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삶의 기본적 토대이자 공동자원이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산림발전을 이루어낸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치산녹화사업을 시작해 산림강국으로 우뚝 섰다. 기후변화를 완화해주는 탄소 저장고로, 맑은 공기와 야생동물 보호, 토사유출 방지 등 수많은 산림의 공익적 기능유지를 위해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나무심기와 숲가꾸기를 통해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울창한 숲을 환경친화적으로 가꾸면서 안전한 먹거리와 수요에 맞는 숲 체험 제공이 세계적 증가 추세인 산림복합경영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산림에서 목재, 임산물과 같은 전통적 활용에 만족하지 않는다. 복지, 환경, 교육, 문화, 휴양, 레포츠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결합된 유ㆍ무형의 서비스를 원한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산림을 경영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책갈피 속 단풍잎의 추억이 시가 되는 이 계절, 그의 산림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서울 태생인 최정기 교수의 20년 춘천살이는 그에게 가족과 일, 그리고 또 하나의 고향을 남겼다.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지역인 강원도에 산림경영 전문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춘천은 어떤 모습일까. 전국 산림면적의 21%를 차지하며 최대 규모의 산림자원을 자랑하는 강원도가 목재생산, 부산물채취, 등산이라는 1·2차원적 활용에 머물고 있다는 담백한 진단과 함께 산림자원의 미래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그는 말문을 열었다.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집무실에서 최정기 학장을 만났다.  고학규 시민기자
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집무실에서 최정기 학장을 만났다. 고학규 시민기자

“강원도는 산림환경자원으로 행복지수를 높이고 소중한 자산에 대한 자긍심으로 정주의식을 높이는 가치 창출과 힐링이미지 강화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보호하는 숲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산림교육전문가 양성은 산림이 담당할 치유의 일부분인 거죠.”

산림교육은 무엇이고 산림환경과학대학에 개설된 산림치유지도사 과정과 산림분야 일자리에 대한 전망은?

“산림교육의 목적은 숲체험 활동을 통해 국민이 산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고 가치관을 가지도록 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보전하고 국가와 사회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죠. 전문양성기관에서 산림교육 전문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산림교육전문가라고 합니다.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등산지도사는 일반에 많이 알려진 자격이죠. 산림치유지도사는 치유의 숲, 자연휴양림 등 산림을 활용하여 대상별 맞춤형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기획·개발·보급해 국민의 심신에 힐링과 건강증진을 돕는 최고의 국가공인 자격이죠. 2급과 1급이 있고 현재 2급은 한림성심대, 1급은 강원대에 개설되어 내년 1월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어요. 몇 군대 대학이 먼저 시작했지만 산림치유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기간이 길지 않아 산림복지시설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됩니다. 예상치를 넘는 1기 수강생들의 뜨거운 반응과 열정에 기대와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산림치유지도와 숲해설의 차이는?

“숲 해설은 숲의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이야기, 역할 등에 관한 생태적 지식을 전달하죠. 숲에 얽힌 역사, 숲과 인간과의 관계 등에 대해서 해설과 체험활동을 연계하는 활동들입니다. 반면, 산림치유지도사는 보건, 의학, 심리 등 다방면의 역량을 갖추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치유활동 프로그램을 기획·개발·적용하는 역할이죠.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해요. 심박수나 스트레스 호르몬 측정 등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산림치유의 효과성이 검증되어야겠죠. 현재 효과성 평가는 프로그램 체험 전·후의 느낌에 대한 설문 정도라서 정량적 평가를 위해 여러 전공분야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충북대에 산림치유대학원 과정이 있는데 강대에도 대학원 요청 문의가 많아 개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 개설과 전공자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방안은?

“중요한 일이죠. 대학과 산림청, 교육청, 보건소, 학교 등의 기관들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산림청 산하 산림복지진흥원에서 전국에 치유 숲을 조성중이라 지도사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리라 봅니다. 또 지도사 3인 이상이 치유업 창업도 가능해서 여러 형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업이 발달하고 문명의 혜택으로 편해질수록 자연에 대한 갈증과 그리움은 더 커지니까요.”

최 교수가 산림을 전공한 계기와 산림이 그에게 주는 의미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1982년에 산림환경과학대학이 생기면서 아버지께서 자연과 함께하는 직종을 추천해 주셨죠. 당시는 산림환경도 불모의 시대였고, 비인기 전공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도심에서 성장했지만 초등시절부터 주말이면 아버지와 서울 근교 등산을 다녔어요. 일찍이 자연과 친할 기회를 얻으며 성장해서였는지 전공만족도가 컸어요.

누구나 자연이 싫지는 않겠지만 자연친화적 경험이 많을수록 숲을 찾고 즐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산림을 통해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에게 숲에 대한 좋은 기억을 제공하고 즐기도록 해주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풍부한 산림자원을 보유한 강원도가 오히려 자원 활용에 선도적이지 못한 이유는?

“사람은 없는 것에서 필요를 느끼죠. 서울시민들은 거대도시에서 녹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더불어 소득 수준에 따른 취향과 관심도 높아요. 반면, 강원도는 산림자원을 일상에서 풍부하게 접할 수 있기에 숲의 효용이나 필요의식이 약하지 않나 생각 됩니다. 춘천도 미세먼지나 탄소저감 효과의 필요를 느끼면서 도시림 조성을 계획하고 있죠.”

산림대 천원나눔계좌갖기 범시민운동 피켓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정기 학장.    고학규 시민기자
산림대 천원나눔계좌갖기 범시민운동 피켓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정기 학장. 고학규 시민기자

산림전문가로서 춘천이 어떤 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가?

“춘천의 미군캠프 페이지는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숲과 나무가 중심이 된 공간으로 거듭나면 좋겠습니다. 춘천 시내 녹지 공간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두 줄 양방향 가로수를 조성해서 one-way 형성으로 걷고 싶은 길과 자전거도로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면 좋겠습니다. 난개발에 따른 아파트 건축이나, 외부자본의 전원주택 남발로 주요도시를 따라가지 않길 바랍니다. 규모와 보유환경면에서 춘천과 비슷한 도시를 소개하면 라인 강 지류인 네카르 강변의 대학·관광도시인 하이델베르크가 있어요. 차 대신 자전거 이용이 일상화 되어 있는 프라이버그는 유럽 내 친환경도시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죠. 두 도시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무차별적 난개발 예방을 위한 조례 제정도 필요하고 자연친화적 스카이라인 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의 정책과 아울러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가는 시민의식입니다. 도시정책은 장기계획을 수립해야 하죠. 단체장이 바뀐다고 함부로 손댈 수 없어야 하는 임업정책이기에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중요합니다.”

춘천시의 산림자원 보유 현황과 활용방안에 대한 생각은?

“목조주택이나 목재업을 자연친화적 산업으로 육성시키면 어떨까 해요. 실내·외 공간에 목조 활용을 일상화해서 춘천시를 특화시키면 좋겠어요. 현재 춘천의 산림자원은 상당히 양질이죠. 잣나무 낙엽송과 같은 경제수종이 많습니다. 나무가 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에 들어섰고 벌목 단계에 도달한 거죠. 이제 활용의 과제가 남은 겁니다. 산림자원은 보호를 넘어 적절한 경영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필요해요. 산림보호 차원에 머물지 않고 일정부분 활용하고 다시 심는 선순환이 되는 거죠. 관공서 건축도 목조로 통일해서 어디에도 없는 산림도시로 특화시키면 어떨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특정 장소를 가야한다는 관광 개념을 탈피해 아담한 산촌 마을에서 쉼과 놀이가 동반되는 관광이 현대인에게 더 필요한 휴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산촌에 지도사가 배치되어 프로그램이 지원되면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계기도 될 수 있겠죠.”

교육청과 연계하여 유치원·초·중·고등학교에 보건교사나 사서처럼 산림교육전문가를 의무 배치하여 학생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 함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가장 중요한 교육은 코딩교육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갈 소중한 인성적 자산이 될 감성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최 교수. 그의 말에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사람으로의 성품은 자연으로부터 배울 때 가장 겸손하고 따뜻할 수 있다는 말로 되돌아온다. 전국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휴양림과 치유의 숲 조성을 반기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덧붙이는 최 교수다.

“자연 원래의 모습에 다가가서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인공적 가미가 없는 천연매력 체험이 산림교육과 치유 숲 조성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자연의 가장 큰 매력은 찾을 때 마다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죠. 갈 때마다 있고, 없고 생로병사가 공존하거든요. 이만한 교육의 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어요. 나무는 말이 없죠.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삽니다. 이런 관점으로 나무를 배우고 활용해야 합니다. 사람 관점에서 다가가면 안 됩니다.”

임희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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