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수 (춘천여고 2)
장윤수 (춘천여고 2)

수업이 끝나기 5분 전. 하교 버스를 타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는 시간. 긴장이 몰려온다. 종이 치자마자 뛰어나가도 벌써 스무 명 넘게 줄을 서 있다. 결국 오늘도 손잡이도 없는 노란 버스에 올라 흔들리며 하교한다.

나는 춘천여고에 다닌다. 우리 학교는 등교 시에만 버스가 운행되고 하교버스는 지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교 때는 사설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3군데의 사설버스가 하교버스로 운영이 되는데, 신청했던 버스와 다른 버스로 배차되는 날이 많아 혼란스럽다.

많은 사설버스가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어도, 자리는 늘 부족하다. 손잡이 없이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이 불안해 종이 치자마자 달려 나가도 좌석을 차지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버스 기사들은 학생들이 서서 가는 것이 당연하듯 말한다. 비좁은 공간에 서서 하교를 하는 학생들은 급커브나 급정차 때마다 이리저리 밀리며 서로 발을 밟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발을 밟힌 학생들의 입에선 비명이 튀어나온다.

내가 하교를 위해 이용하는 하교버스의 비용은 5만원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한 달에 드는 비용은 청소년 기준으로 약 3만원이다. 사설버스는 거리에 따라 추가요금이 붙기 때문에 4만원에서 8만원까지 비용의 차이도 심하다. 시내버스보다 더 많은 요금을 내면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버스의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를 했지만, 우리의 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부당한 하교환경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교버스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지만 이미 사설버스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전교생이 1천명이 넘는 우리학교는 매일 하교 전쟁을 치른다.

이 문제가 우리학교만 겪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춘천에는 14개의 고등학교가 있고, 실업계와 특수목적 고등학교를 제외하고 8개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있다. 야간 자율학습 후 하교문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이다. 개선이 되지 않으면 후배들 역시 이런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곽지역이라서 버스노선에 불편을 겪는 우리학교와 강원고의 사정은 더욱 심하다.

안전한 하교를 위해 춘천시와 교육청의 관심이 필요하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안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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