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림고갯길 ‘불란서 홍차’

가을은 이 세상 어딜 가나 다 아름답다. 은행나무가 만들어 놓은 노란 카펫 위를 걸어 ‘불란서 홍차’로 향했다.

육림고개를 오르면 프랑스에서 맛볼 수 있는 ‘불란서 홍차’를 만날 수 있다.  맛과 향이 깊은 홍차는 커스터드에 얇은 캐러멜 층을 덮어 만든 프랑스의 후식 ‘크렘 브륄레’와 잘 어울린다. 유은숙 기자
육림고개를 오르면 프랑스에서 맛볼 수 있는 ‘불란서 홍차’를 만날 수 있다. 맛과 향이 깊은 홍차는 커스터드에 얇은 캐러멜 층을 덮어 만든 프랑스의 후식 ‘크렘 브륄레’와 잘 어울린다. 유은숙 기자

프랑스까지는 못 가더라도 주인장 노정인(34) 씨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프랑스 문화와 홍차 그리고 이브 몽땅의 그 유명한 ‘고엽’이 처음 소개된 영화 <밤의 문>이 떠오른다. 그만큼 프랑스가 가깝게 스며있는 카페 ‘불란서 홍차’. 그는 프랑스 마을 이웃 언니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다. ‘불란서 홍차’에서는 프랑스 영화와 문화와 홍차의 역사에 관한 대화가 식탁 여기저기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베르사유, 레이디 그레이, 애플티, 볼레로, 앙트와네트, 마르코폴로 등등 다른 찻집에서 찾기 어려운 홍차가 대부분이다. 그 점을 고려해 마시고 싶은 홍차를 선택하기 전 시향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은 주인장의 배려가 돋보인다. 앞으로 주변 상가와 연계하여 홍차와 브런치를 함께하며 파티도 열고, 프랑스의 매력을 나누고 싶다고 한다. 누구나 다 그 길을 가듯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고 직장 생활을 하던 그가 용기 내어 사표를 쓰고 몇 년간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하고 다시 시작한 인생2막이 ‘불란서 홍차’였다. 벌써 4개월 전의 일이다. 그런 만큼 그의 가치관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벽에 걸린 그림, 프랑스 거리의 사진, 이국적인 생활 용품들…. 공간에 스미어 있다가 어느 순간 인연 줄로 변하는 홍차 향과 시선은 색다른 재미다. 카페의 벽마다 걸려있는 그림과 사진에 시선이 머물면 그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술, 음악, 역사, 작가, 여행, 홍차의 맛과 향, 그리고 느낀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 그녀가 찾은 견고함이 보이면서 세월이 수십 번쯤 변해도 가치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내면의 힘, 아름다움이 보인다.

“프랑스에 있으면서 자유함을 얻었다고 할까요. 창피함 때문에 자기에게 가치 있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안정적일 것 같은(?) 직장으로 다시 되돌아가지 않고 과감히 좋아하는 홍차를 선택하게 된 것일 게다.

옛 육림극장 뒷길, 낡은 건물, 오래된 거리, 그걸 지키는 조금 느린 사람들…. 곳에 ‘불란서 홍차’ 노정인의 느림보 마음길이 있다. 그건 가치 있어지는 것을 함께 나누고픈, 다지고픈 그녀의 마음 같기도 하다.

불란서 홍차

☎ 033 256 2637

춘천시 춘천로 151번길 21-2번지

신다겸 시민기자

키워드
#홍차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