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추종세력 73명 법의 심판대에…두목 포함 핵심 조직원 13명 구속기소
고교 불량서클에서 시작된 지역 폭력조직 30년 만에 사실상 와해

춘천의 밑바닥을 장악했던 ‘춘천식구파’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지역 토착 폭력조직으로 활동하며 불법으로 각종 이권사업을 독점해온 지 7년 만이다.

춘천식구파 두목 A(48)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일 1심보다 오히려 형량을 늘려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단체 구성원이 조직의 위세를 바탕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선량한 시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극심한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춘천식구파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 불량서클이던 ‘TNT’와 ‘연탄파’, ‘집계파’가 그 시작이었다. 이들은 1995년 이후 자리를 잡으며 점차 조직화해 지역 토착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생겨난 폭력조직이 ‘생활파’와 ‘식구파’, ‘승택파’와 ‘동기파’다.

이후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다 2011년 손을 잡았다. 토착 폭력조직들이 재기를 위해 춘천식구파로 뭉친 것이다. ‘식구파’는 지역 이름 뒤에 흔히 붙이는 폭력조직 이름이다. 전국에 ‘식구파’ 이름을 가진 폭력조직이 수십 개가 넘는다.

춘천의 유일한 폭력조직이 된 이들은 지난 7년여 동안 폭력행위를 통해 지역의 각종 이권을 독점해왔다. 가장 먼저 장례식장 조화납품사업에 손을 댔다. 수익이 높다는 것을 알고 첫 조직사업으로 조화납품을 택한 이들은 점차 지역 일대의 사업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조직원들이 협박과 폭력을 가해 기존 업자들이 강제로 사업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유흥업소와 보도방, 불법 대부업과 도박 사이트 운영 등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일부 조직원은 나이트클럽 업주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연간 수천만 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핵심 조직원 6명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한 마디씩 잘라 충성맹세를 하게 하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고, 탈퇴한 조직원들을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휘발유를 뿌리며 위협했다.

학생들에게까지 마수를 뻗었다. 춘천경찰서는 2012년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혐의로 고교 불량서클 ‘강후파’ 청소년 19명을 검거했다. 춘천식구파는 강후파의 배후에서 청소년들이 동급생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도록 유도했다. 강후파 소속 학생들은 검거 직전까지 같은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810회에 걸쳐 2천100만원의 금품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으면 수시로 보복폭행을 가했다.

그간 경찰 수사는 쉽지 않았다. 춘천식구파가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조직과 관련된 사실을 절대 누설하지 못하도록 조직원을 교육시켰고 체포된 사람에게는 변호사 비용을 지원했다. 한 조직원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는 협박을 받아왔다고 경찰조사에서 털어놨다.

춘천지방검찰청은 범죄단체구성죄 등 혐의로 춘천식구파 두목 A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3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춘천지방검찰청은 범죄단체구성죄 등 혐의로 춘천식구파 두목 A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3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랜 수사로 지난달 최종적으로 조직원 검거를 끝마쳤다”며 “검찰과 합동수사를 벌여 두목과 조직원 대부분을 기소하고 유사 범죄단체의 재결성 여지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검·경이 합동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긴 춘천식구파 조직원과 추종세력은 73명이다. 춘천지방검찰청은 범죄단체구성죄 등 혐의로 춘천식구파 두목 A씨 등 13명을 구속 기소하고 3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두목 A씨 등이 필리핀에서 거액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적발하고 범행에 가담한 추종세력 2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은 극심한 사회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범죄단체구성죄’가 추가돼 가중처벌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춘천식구파는 핵심 조직원들이 대부분 검거된 데다 두목마저 중형을 선고받으며 재기불능 상태가 됐다. 30여년의 역사를 끝으로 춘천의 폭력조직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다. 토착 폭력조직의 붕괴를 가장 크게 반긴 이들은 생존권 위협을 받았던 시민들이다. 춘천 남부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윤아무개(58·여) 씨는 “이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주정을 부리고 나쁜 짓을 해 무서웠는데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송태화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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