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시계를 돌려 2004년으로 가보자. 당시 중앙 일간지에 났던 기사다. “국내 최대 인터넷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인터넷 게임 ‘한게임’을 운영하는 인터넷 전문기업 NHN(주) ‘연구소와 연수원’이 강원도 춘천시로 이전한다. 국내 굴지의 인터넷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다음’이 제주도로 이전한 데 이어 이번에 2번째다.” 강원도 관계자는 “연구소와 연수원이 들어서면 400~500명 정도가 상주할 것이며 IT분야의 최고 민간연구소가 강원도로 이전함으로써 지역 대학과 기업 발전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경향신문 2004.9.6.).

벌써 14년이 지났지만, 기억은 뚜렷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네이버 본사가 이전한다고도 하였고, 이제 춘천이 실리콘 벨리와 같은 IT 최첨단 도시가 되어 가는 듯했다.

언론 띄우기에 한껏 성공한 ‘춘천시’와 ‘강원도’는 국내 인터넷 굴지의 공룡기업에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쏟아 부었다. 이전하는 시설에 대해 춘천시는 취득세 53억원, 기반시설 19억원 등 72억 원에 이르는 지방세감면과 5년간 법인세 면제 해택을 주는 한편 강원도는 연구소 부지매입비 45억 원 가운데 50%를 도비로 지원하고, 부지 내 도유지 2천여 평도 무상 제공하며 향후 시설투자비와 고용촉진보조금·교육훈련보조금도 5억원 한도 내에서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춘천시는 가스·상하수도·전기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연구단지에 기꺼이 연결해 주었다. 열거하기도 힘든 이런 특혜는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투자 대비 편익이 괜찮다면 우리는 이를 울며 겨자 먹기라도 용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춘천의 황금 같은 땅이라도, 이 어려운 경제 위기에 우리 아우, 청년들의 일자리만 늘릴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400~500명 정도가 상주하며 IT분야의 최고 민간연구소가 들어설 것이란 14년 전 공무원들의 호언은 어디 가고, 2018년 현재 네이버데이터센터 ‘각’에 고용된 연구, 기술, 지원인력 등 전체 인원은 고작 160명에 불과하고, ‘NHN 소프트웨어 공학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인력은 수백 명이 아닌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한다. 또한 귀신이 곡(哭)을 한 것일까? 같은 네이버 직원임에도 춘천에서 일하는 이들이 받는 평균연봉은 3천750만 원으로 서울 본사 직원 평균 연봉 7천만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네이버가 위치한 이 일대 공시지가는 14년 전보다 54배나 뛰어 올랐다(강원도민일보 2018. 10.8, 10.15). 현재 춘천 구봉산 네이버 ‘각’에는 축구장 14개가 들어가는 11만1천㎡의 대지와 건물에 사람은 죄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열 뿜는 데이터 기계들만 돌아가고 있다.

춘천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는 손꼽히는 최적의 장소다. 산과 엄청난 물자원이 있어 평균 기온이 전국보다 1.6℃가량 낮고, 평균 5~6℃의 소양댐 심층 냉수를 이용하면, 별도의 냉방설비시설 없이 수도권 대비 75.7%의 비용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한국은행 강원본부 2018.4.30).

빅데이터 시대, 최고의 집적장소 춘천! 호박이 넝쿨째 굴러 와도 시원찮을 판에, 대기업의 농간과 행정의 무능력으로 모든 것을 내주고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허허한 구봉산 중턱을 보면 그저 헛헛한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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