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춘천은 물론 도내 지방의원들은 일제히 ‘의정비 현실화’를 내세우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무분별하고 과도한 인상요구’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그들이 주장하는 의정비 인상 이유는 현재 책정된 의정비만으로는 생계와 의정활동을 함께 꾸려가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그러다보니 의정활동을 제대로 펼쳐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참신한 인재의 의회 진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초의회 의정비 평균은 3천858만원이며, 도내의 경우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3천400만원~3천700만원 선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를 최소 도의원급(5천500만원 선)이나 부단체장급(6천800만원 선)으로 인상해 달라는 것인데, 도내 지자체들의 20% 내외에 불과한 재정자립도를 감안한다면 ‘과연 지자체의 살림을 다루는 지방의원들이 맞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방의원직이 유급제로 전환된 것은 지방의회가 소위 ‘있는 자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생계걱정 없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의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제대로 된 자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지방의원이 이러한 취지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 의정비 인상은 물론, 의회의 필요성마저 부정하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지방의회의 성적은 어떠한가?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평가들을 종합해보면 실망 그 자체에 가깝다. 1년 내내 의원발의 조례안이 단 한 건도 없는 경우, 행정사무감사에서 질의조차 없는 경우, 출석 후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 겸직을 유지하며 의회보다 개인 사업에 몰두하는 경우, 의원직을 수행하며 이익을 취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경우, 업무추진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하여 권익위의 지적받은 경우 등등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러운 사례가 끊임없는 것은 물론이고, 원칙 없는 무기명투표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지역주민의 눈을 가리는 경우도 다반사인데다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은 매년 되풀이 되는 단골메뉴다.

지역주민들은 지금 지방의원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재발방지 대책은 고사하고 성찰은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의정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지역사회가 공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지방자치법의 개정으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의정비를 책정할 수 있다 해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 2.6%를 초과할 때에는 반드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대로라면 정상적으로 주민동의를 얻어 의정비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그들은 의정비 인상요구에 앞서 지방의원으로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먼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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