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기로 후끈했다. 그야말로 가마에서 나오는 열기다. 1천200도가 넘는 온도에서 거칠고 붉은 작품들을 구어 낸 가마의 잔열을 인공적으로 내리려 하지 않고 스스로 열기를 잃을 때까지 그는 기다린다.

김남주 도예가
김남주 도예가

공방은 유일하게 안정감을 주는 그만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작품구상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작품이나 전시에 대한 계획이 나오기도 한다. 선반에 올라앉은 화병도, 본래의 질감에 충실한 생활도자도 거칠고 투박하면서 대칭을 이루지 않아 각가지 다른 모양으로 정형화 돼 있지 않다.

“작품에서 느끼는 안정감이랄까. 저만의 색을 찾고 온전히 작품으로 드러났으면 해요. 투박하고 거칠지만 안정감이 제가 유지하고 가져가야 할 색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일률적인 것에 거부감이 있어 생활도자이면서도 구성 맞추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모습 그대로가 저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다음달 5일부터 1주일간 갤러리 ‘바라’에서 열리는 ‘생활도자 소품전’을 준비하며 작가는 많은 생각을 했다.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는 의미를 부여한 전시다. 각양각색의 소비층도 생각해야 했고 작품의 소재나 판매가격까지, 들리는 말들에 흔들리기도 했던 날들을 조금씩 정리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그간 생활형 도자와 작품성이라는 양면을 놓고 작가는 고심이 많았다. 앞으로는 실용성보다는 조형미가 더 가미되고 작품자체가 오브제가 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도예를 시작한 지는 17년. 한때 작품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오픈하는 것이 두려운 때가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습관이 작품발표에도 영향을 끼친 것일까. 그러나 지금은 전시가 그의 소통의 장이다. 그의 색을 보여주고 그들이 말하는 평을 듣는다. 이것이 작가에게는 거름이 되기 시작했다. 때로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작품을 통해서 사람 사이에 서로 위로와 활력,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느낌이 가장 큰 성취인지도 모른다.

더 큰 곳에서 더 큰 전시를 열라는 사람들 말에 그는 “욕심이 없다. 내 그릇만큼만 하고 싶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나올 작품들도 가두어 두지 않고 보여주는 것 정도가 내 그릇이다”라고 말한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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