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읽기 ⑨] 우리의 ‘연결’은 안녕한가요?
[《민들레》 읽기 ⑨] 우리의 ‘연결’은 안녕한가요?
  •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18.12.0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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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지난달 24일 토요일, 대설로 분장한 첫눈이 겨울을 확인시켜준 날이었다. 아침 일찍 쏟아지는 눈길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누군가가 떡 상자를 카페 앞에 전하고 갔다. 눈길을 헤치고 카페에 도착한 우리 자매도 시민들에게 나눠줄 분홍꿀떡을 즐겁게 분주히 포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캠페인 보드를 만드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의 여파가 걱정되긴 했지만 이날 오후 명동에서의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접선 장소에 모인 이들은 제각각 분홍색을 입고, 두르고 나왔다. 어른들과 아이, 청소년과 청년도 함께 모였다. 누구는 내 이야기여서, 누구는 내 아이의 문제라서, 누구는 그런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또 누군가는 단지 그런 아름다운 마음들과 함께하고픈 마음에서 모인 것이다. 아이들은 핑크색 풍선을 불어 나누어주고, 어른들은 한 목소리로 행인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달 24일, 명동에서 진행한 '핑크셔츠데이' 행사 장면
지난달 24일, 명동에서 진행한 '핑크셔츠데이' 행사 장면

춘천에서의 ‘핑크셔츠데이’를 실천한 날이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참여한 사람들과 핑크색 꿀떡을 나누며, 우리는 공감과 연결을 확인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은 자신의 아픔을 입 밖으로 외치고 있었다.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적극적으로 풍선과 떡을 나눠주며, 캠페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아프면서도 다행스런 감정으로 고스란히 내 안으로 ‘연결’되었다. 이 아이들이 내 아이라고 생각해보면 누구나 당연히 함께할 수밖에 없을 일이지만, 상처의 회복이 어느 정도 되기까지는 이 조차도 만만치 않은 것이 당사자들의 입장일 것이다. 학교폭력의 문제를 아픈 사람들이 해결할 몫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건강한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움직이는 ‘연결’이 우리 스스로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의 실천이 자발적으로 이날 시작된 셈이다.

최근 청소년 자살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지고,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던 일들을 접하며 심란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민들레에서도 청소년 자해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해계(자해 사진을 올리는 계정)’, ‘자해러(자해를 하는 사람)’, ‘우울러(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등의 신조어들이 청소년 사이에서 사용되며, SNS를 통한 경험을 공유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에 어른들의 존재감을 비추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수련 정신분석가는 “청소년 자해가 충동과 불안의 분출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부르며 봐달라고 하는 필요를 나타내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응답하는 방식인데, 치유와 예방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청소년들 앞에서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서는 것과 그들이 가리키는 아픔에 대한 응답, 고통을 다양하게 승화시킬 수 있는 즐거움의 방식으로 현실적 효과를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몸을 걸고, 필사적으로 부르는 청소년들의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관계를 우리’어른’들이 함께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 단상을 쓴 현병호 발행인은 자신이 공동체나 다른 누군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자해나 ‘관종’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일을 수시로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말에 끄덕이게 된다. 관계되어진 그리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린 그 관계를 더욱 소중히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내 삶과 서로의 삶을 지키는 일상적인 우리의 ‘연결’이 과연 안녕한 상태인지 함께 돌아보자.

*핑크셔츠데이(Pink Shirt-Day) : 캐나다에서 시작된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해 핑크색 셔츠를 함께 입는 날로 전 세계로 확산된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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