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인라인스케이트협회 전무이사
트리플엑스 대표 김헌수 씨

춘천시민들의 여가문화를 선도하는 장소 1순위는 자타공인 공지천 의암공원이다. 이 구역에는 15년차 터줏대감이 있다. 인라인스케이트 지도강사 김헌수(46) 씨. 지인들은 그에 대해 인라인, 스키, 하키 등 바퀴 달린 스포츠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탁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선수였던 적은 없다. 스포츠지도자로 거듭난 그의 인생여정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운동도, 운영도 기본기에 충실한 정직함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그가 인라인으로 동네잔치를 준비하려고 한다. 최근 결성되어 모양새를 잡아가고 있는 ‘코리아인라인스케이트협회’가 그것이다. 어떤 행사도 지역민들이 충분히 즐기는 축제가 되고 그 규모가 확산되어 전국으로, 세계로 퍼져나감이 마땅한 수순임을 거듭 피력하는 그가 춘천에 벌이려는 동네잔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코리아인라인스케이트협회 전무이사, 트리플엑스 대표 김헌수 씨.   고학규 시민기자
코리아인라인스케이트협회 전무이사, 트리플엑스 대표 김헌수 씨. 고학규 시민기자

김헌수 씨는 강원도 철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며 처음 고향을 벗어났다. 대학에서 세무회계를 전공한 그가 육군3사관학교를 통해 대한민국 육군 대위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직원으로, 참으로 다양한 이력을 만들며 나름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느 길도 그의 심장을 충분히 뛰게 하지 않았다. 2003년 춘천에 입성한 그는 더 이상 장교도, 대기업 직원도 아니었다. 인라인스케이트 매장운영을 겸한 스포츠강사가 그의 직함이었다. 참 뜬금없는 그의 변신은 이유 있는 반전이었다. 눈의 도시 철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스케이트는 고가의 장비 없이도 충분히 즐거운 일상이었다. 큰 욕심 없이 한 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자며 서울 살이를 접었던 그다. 빙상의 메카였던 춘천에 빙상과 인라인 붐을 일으켜 보자 결심했다. 생활체육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대중에게 가장 중요한 접근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주 종목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선택했다. 인라인스케이트 지도자 자격을 시작으로 스키, 인라인하키, 인라인스피드 심판자격까지 모든 정식과정을 섭렵했다. 그렇게 생활체육지도자의 길이 그의 평생의 업이 되고 있다.

공지천 입구에 자리한 자전거 대여를 겸해 운영 중인 인라인스케이트 매장 전경.  고학규 시민기자
공지천 입구에 자리한 자전거 대여를 겸해 운영 중인 인라인스케이트 매장 전경. 고학규 시민기자

“좋아하는 일이라고 항상 즐겁기만 하겠습니까. 다만 저도 모르던 저의 적성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만나는 강습생은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대상이 다양하지만 학업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초등 저학년이 가장 많습니다. 처음 인연이 되었던 아이들은 어느 새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기도 합니다. 지인과 학부모들께서 보내주는 활동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아이들 속에서 행복한 저를 발견합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지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벌써 지쳤을 겁니다. 한창때는 하루 7~8타임 강습을 진행해도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더불어 제가 하는 일은 교육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실력 향상이 최종 목표가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기본기부터 실력이 성장되는 과정에 자신감이 생기고 수다쟁이가 되어 표현이 풍부해지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것이 저의 최종 목표죠. 소극적이던 아이가 운동을 통해 성취의 경험으로 자기효능감이 자라고 가정과 학교생활에서 긍정적 영향을 받으면 운동교육자로서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다가갈 수 있는 생활스포츠 지도자로 누릴 수 있는 보람이자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운동을 시키는 이유는 다이어트나 학습을 겸한 활동 제공이 대다수입니다. 놀더라도 배우며 놀라는 의미죠. 아이들의 자신감을 위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기가 그 무엇이든 제가 주고자 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가끔 아쉽다고 느낄 때는 아이가 운동을 즐기는 것 보다 부모님의 욕심에 끌려오는 경우죠. 운동을 즐기던 아이도 부모들의 기대와 욕심을 앞세우면 실력은 늘지만 효과는 역행하기 마련입니다.”

그가 6년여 몸담았던 군부대의 슬로건이 ‘기초와 기본에 충실한 한국인 육성’이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범시민적 생활운동 확산에 기본기를 다져주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기에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운동을 가르치고 싶다는 그다. 한번 군인은 영원한 군인인가? 그의 절도 있는 어투와 각을 잡아 깔끔히 정리된 매장은 여전히 그가 군인인가 싶은 착각을 하게 한다. 2005년 춘천시인라인스케이트 대회가 처음 열리고 개최와 중단이 몇 차례 반복되었다. 최근 3년째 ‘춘천시생활체육대축제’라는 이름으로 통합된 행사가 9월 첫 주에 동시다발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세계레저대회도 열린다. 이 모든 축제들이 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바라만 보는 축제가 아닌지 돌아본다며 책임감을 내비친다. 그런 고민 끝에 클럽 동호회 6개 단체가 모였다. 취지는 단순하다. 규모가 크든 작든 관내에서 같은 운동을 즐기고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강습과 행사를 함께하면서 동기부여를 배가시키고 즐겁게 상생하자는 것이다. 경쟁을 넘어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자는 심기일전의 출발이다. 일단 모여 보면 보태야할 역할들이 나누어지고 재능 나눔부터 소소한 간식준비까지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가 참여하는 모두의 단체를 목표로 삼고 있단다. 개인부터 클럽까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인라인스케이트가 자리 잡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함이다. 동네잔치를 만들고 키워서 외부인들을 초대할 만큼 규모가 확장되면 지역경제 활성에도 한몫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큰 욕심 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바라는 그의 따듯한 심성이 보인다. 

생활체육에 바라는 행정적 지원을 물었다. 간단명료하고 뚜렷한 방향제시가 짧은 기간 고민이 아님을 알게 한다. 첫째, 생활체육단체나 협회들이 정해진 규정을 준수하여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관리하는 것. 둘째, 시민들의 ‘1인1예체능’문화 정착에 비용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 셋째, 최소의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체계적으로 한 종목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확실한 소신을 밝히는 그다. 시민의 정신, 육체, 사회적 안녕을 유지하는데 적어도 비용부담이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신으로 들린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시민의 건강증진이 의료비 절감이라는 사회적 비용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춘천시가 선도하기를 그의 의지에 함께 담아 본다.

2017년 봄, 공지천 인라인경기장에서 한창 초등학생 강습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김헌수
2017년 봄, 공지천 인라인경기장에서 한창 초등학생 강습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김헌수

정상가족이라는 말이 시대의 유물이 되어가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기면서 확장된 의미에서 춘천시민은 한 가족이다. 그 가족을 향해 그가 진솔한 속내를 내비친다.

“춘천의 인라인 문화 확산에 대한 포부와 그림을 안고 입성했을 무렵 저의 열정과 노력이면 충분할 줄 알았어요. 어느 날  ‘내가 이 도시와 어울리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죠. ‘춘천이 이방인인 나를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춘천에 녹아들지 못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내 개인의 의견보다 내가 맡은 자리의 무게로 개인과 단체를 수용하고 포용하고 중재해가는 경험들이 저를 춘천사람이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물을 좋아합니다. 편안한 사람들과 물가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여유. 지금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 차 한 잔의 여유가 주어지는 삶을 위해 춘천은 아담하고 예쁘고 매력적인 도시예요. 첫 이미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그게 장점이면서 단점이기도 하죠. 제 개인적 생활패턴과는 잘 맞습니다. 여러 도시를 다녀 보면 형식 위주의 행사를 많이 봅니다. 춘천은 내용중심의 도시로 거듭 성장했으면 합니다.”

춘천과 인라인을 사랑하는 그가 편안한 친구 같은 동반자와 함께 있을 내일을 그려 본다.

임희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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