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춘천으로 이전, 지난해 매출 2천200억원으로 소프웨어 업계 1위 … 비정규직 비율 0%
“춘천시 지원, 무엇보다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판 깔아주는 일”

이 연재는 지자체의 지원만 받고 ‘먹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제대로 뿌리를 내려 지역주민의 자랑이 될 수 있는 기업과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와 함께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춘천시 남산면 수동리에는 깊은 산속에 있을 성 싶지 않은 캠퍼스가 하나 있다. 대학 교정을 부르는 말 외에 캠퍼스라고 부를만한 곳이 흔히 있을까? 의구심은 더존 ICT그룹(이하 더존)의 강촌캠퍼스의 실물을 보는 순간 무너진다. 경영센터, 데이터센터, 연구개발센터, 복지시설 등과 이를 둘러싼 넓은 부지로 구성된 캠퍼스에는 20~30대의 젊은 직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 온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더존은 기업 내 통합정보시스템인 ERP 사업을 주력으로 지난 2003년 출범한 IT 그룹이다. 지난해 그룹의 중심인 ‘더존 비즈온’의 연매출은 2천200억원이었다. ERP 분야에서는 업계 매출 2위, 점유율 1위 기업의 성적표다. 더존은 주 콘텐츠인 ERP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 또 한 번 성공을 거뒀으며, 현재는 IT산업의 미래라고 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하고’라는 제품이 그 사업의 일단이다.

비정규직 비율 0%의 더존은 직원들의 복지시스템으로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사진=더존
비정규직 비율 0%의 더존은 직원들의 복지시스템으로도 구직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사진=더존

경영성과만이 아니다. 복지제도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미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진 내용이다. 셔틀버스, 보안업체, 구내식당, 청소업체를 제외한 회사 내 편의점 직원, 제빵사, 바리스타, 휘트니스 트레이너, 필라테스 강사, 보육교사 등 모두가 더존의 정직원이다. 그룹의 비정규직 비율이 0%라는 뜻이다. 제빵사는 직원들에게 무료로 간식을 제공하고 필라테스 강사들은 오랜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원들의 흐트러진 체형을 바로잡아 준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맛보며 여유롭게 포켓볼을 친다.

여의도에 있던 더존이 현재의 캠퍼스를 조성하고 춘천으로 본거지를 옮겨온 것은 2011년이었다. 춘천 출신인 김용우 대표의 애향심도 남달랐지만, 산지의 낮은 기온을 이용해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히는, 이른바 프리쿨링을 하기에도 춘천은 최적지였다. 서울에서 40분이면 올 수 있다는 근접성도 장점으로 한몫했다.

물론 춘천시의 지원도 적지 않았다. 춘천시는 회사 이전 당시 부지조성의 편의를 제공했고, 5년간 법인세 감면의 혜택을 주기도 했다.

현재 더존은 마임축제를 비롯한 춘천의 다양한 축제와 단체들을 후원하고, 시내 대학들과 각종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춘천시와 함께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춘천과 더존 사이에는 더 만들어가야 할 일들이 많아 보인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제는 더존의 직원 약 1천200명의 춘천 정주비율을 높이는 일이다. 춘천에 거주하는 직원들 비율은 아직 30%에 불과한데 그 원인에 대해 홍보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추정된다”며, “맞벌이 부부 중 더존 직원이 아닌 한 사람이 서울에 직장을 가지고 있을 경우 두 사람이 모두 춘천에 거주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나 거주시설 등을 지역에서 잘 갖추어준다고 금방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혼자에게는 삶의 다양한 기반요소를 가진 서울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점도 지자체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춘천 거주자 비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긴 힘들어 보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존이 춘천시민의 자랑이 되어 춘천시와 함께 성장할 방법이 없겠는가를 재차 질문한 결과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IT 기업들이 성장하는 방식처럼 기업과 대학이 긴밀히 연계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대답을 한다. 지금까지 몇몇 좋은 성과를 맺은 산학협력 사례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시가 판을 깔아주는 일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춘천시와 대학의 노력이 더 활발히 일어나 더존이 춘천시민 모두가 자랑하는 지역기업으로 더 우뚝 서는 날을 소망해본다.

유용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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