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문화비평가)
이정배(문화비평가)

무용공연장을 들어설 때마다 늘 온도가 적당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뜨거운 여름에도 공연장의 온도는 무용수들이 움직이기에 불편하지 않게 시원함을 유지하고,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간편한 복장으로 괜찮을 정도의 따뜻함을 유지한다. 그래서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옷차림이 일년 사시사철 똑같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지난 해, 막 겨울로 들어설 무렵

제법 싸늘한 날씨에 공연장을 찾았다. 가을 시즌이 시작될 즈음 작품홍보를 위해 제작한 팸플릿에는 무용수들의 몸이 세밀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러나 작품이 실제 무대에 올려졌을 때, 무용수들은 한결같이 트레이닝 복장을 하고 있었다.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어 스승에게 무용의상에 대해 물었다. ‘무용수에게 의상은 어떤 의미일까요’라는 질문에 스승은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한국전통무용의 의상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일단 각 민족무용부터 생각해보자. 세계 여러 민족의 무용의상은 그 민족의 문화와 전통을 반영한다. 색상은 물론이고 유형과 디자인 그리고 작은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의상만으로도 그 민족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한국무용의 의상 역시 우리의 문화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작품마다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서양 무용인 발레의 경우, 발레의 역사성이 잘 반영된 의상을 착용한다. 일반적으로 튜튜(TuTu)라 불리는 치마를 입는데, 이것은 무용수의 움직임이 가장 잘 드러나게 하기 위해 고안된 의상이다. 치마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처음 공연장을 찾는 분들 중에는 시선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무용수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의상은 눈에서 사라진다.

현대무용에서는 의상이 매우 자유롭다. 운동복이나 일상복 차림으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몸에 잘 붙는 엷은 의상이나 움직임이 편한 헐렁한 복장을 하기도 한다. 작품에 맞도록 의상을 제작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움직임이 편한 의상으로 자유롭게 착용한다. 그러므로 의상의 목적이 무용수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것에 있다는 것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트레이닝 복장의 무용수들 움직임이 답답했던 이유를 알았다. 특히 팔 움직임이 많았던 작품으로 안무가는 무용수들이 상의를 거의 탈의하고 상체의 유연함으로 작품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실제 올려진 작품에서는 의상이 달라졌다. 따라서 가려진 의상 속의 몸을 상상하며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는 불편함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무용수가 의상을 착용하는 것은 자기 내면의 감정을 잘 드러내기 위한 방편 중의 하나다. 무용에서 의상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패션이나 연극 또는 오페라나 뮤지컬 등 여타 장르에서의 의상과 차이가 있다. 무용에서 의상은 무용수의 피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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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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