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김호경 (함께하는교회 담임목사)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나에게는 단짝 친구가 하나 있었다. 친구는 4형제 중 막내아들로서 부모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시력을 잃게 되어 시각장애학교로 전학을 온 녀석이었다.

내가 운동화를 처음 신게 되었을 때 멋지게 끈을 매는 방법을 가르쳐 준 친구도 이 친구였으며 점자밖에 모르던 나에게 땅바닥에 금을 그어가면서 한글을 가르쳐 준 친구도 이 친구였다.  이 친구에게는 일반 학교를 다닐 때 사귀었던 친한 친구들이 여럿 있어서 가끔 주말이면 이 아이들이 시각장애 학교 기숙사로 찾아와 놀다 가곤 했다.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에게 자기가 겪은 속상한 일을 털어 놓은 적이 있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 형의 결혼식에 가게 되었는데 결혼식에 참석해서 식이 끝날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가 되었을 때 같이 온 다른 친구들은 어울려 사진을 찍는데 자신만 제외시키더라는 것이었다. 친구 형 중 하나가 기분이 안 좋고 속상해 하는 내 친구의 손을 끌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서는 ‘오늘이 결혼식 아니냐, 네가 이해를 해라”고 말하더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어떤 계기가 될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지난 7일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가 발표한 성명서를 보게 되었다. 보성군청의 부당한 안내견 차별을 규탄한다는 성명서였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보성군청에서 운영하는 휴향림 숙박시설을 이용하고자 했지만 자신을 도와주는 안내견 때문에 거부당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편 생각하면 담당 공무원이 내세웠던 거부이유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시설의 손상이 우려 된다든지 안내견의 털로 인해 다음 이용자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담당 공무원에게 이렇게 되묻고 싶다. “시각장애인의 불편함은 생각해 봤는가, 시각장애인도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하고 말이다. 자신의 이러한 처사가 시각장애인으로 하여금 물건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곧 우리 아들이 결혼을 한다. 아마도 이 원고가 편집과정을 거쳐 인쇄되어 신문에 나올 때쯤이면 신랑신부는 이미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났을 것이다.

아들아! 아버지는 너희의 행복을 위해 기도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라. 이웃의 행복을 기뻐할 수 있을 때 너희도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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