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복숭아로 출시 시작…2017년 멜론을 끝으로 폐기
“전문가인 농민들 앞에서 행정가나 교수들이 PPT 농업을 한 결과”

10여 년 전인 지난 2008년 춘천시는 지역 농산물 명품 브랜드로 ‘수아르’를 출시했다.

춘천의 상징인 물을 뜻하는 ‘수(水)'에, 프랑스어로 예술을 뜻하는 ‘아르(Art)’를 합쳐 만든 이름이었다.

그러나 수아르는 도입단계에서부터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었다.

농민 이예열 씨는 “춘천을 연상시키지 못하는 ‘수아르’라는 이름부터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복숭아·토마토 등 전략 작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점도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고 언급했다. 농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담당 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존의 농산물 브랜드인 ‘소양강’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점과, ‘수아르’의 경우 산지에서 까다롭게 당도 선별을 해야 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였다.

결국 농민들의 우려대로 수아르 브랜드를 달고 출하된 품목은 10여 년 동안 복숭아, 토마토, 방울토마토, 멜론 4종류에 그쳤다. 

또한 일정 당도를 유지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지 못해 출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토마토의 경우 당도로 승부하는 채소가 아님에도 5.5 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았던 2011년과 2012년에는 아예 출하하지도 못했다.

결국 2015년 복숭아와 토마토에 대해 기존의 소양강 브랜드로의 단일화가 추진되면서 브랜드 수아르는 폐기 수순을 밟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담당 부서의 일방적인 결정이었고, 이에 일부 토마토 농가들은 반발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수아르 멜론도 2017년을 끝으로 그 자취를 감췄다.

춘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는 수아르라는 브랜드 자체가 폐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 브랜드 홍보 예산 투입에 비해 판매 실적이 저조했던 것이 브랜드 폐기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농협도 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3일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에서 열린 강원 바이오포럼에서 연암대 채상헌 교수는 “전문가인 농민들 앞에서 농업 행정가나 교수들이 PPT 농업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수아르의 전철을 밟지 않고 제대로 된 농정을 펴기 위해서라도 시정부가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할 시점이다.    

유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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