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김윤정 (공유가치창출디자인연구소장)

고2가 된 딸아이는 부쩍 잠이 부족한 일상에 시달린다. 개학을 한 이후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금요일을 기다리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 톡톡, 맵시 챙기기는 감긴 눈을 끌어올리면서도 빼먹지 않는 하루의 시작이다. 보통은 “그럴 시간에 아침을 조금 더 먹고 가지”라는 반복적인 멘트가 작동하지만, 속에선 ‘그 시간에 영어단어 하나를 더 외우면….’이라는 세속적(?) 엄마가 되는 것이 같은 시간 같은 상황을 두고 벌어지는 아침 풍경이다.

조금 좋게 보면 자기관리로 봐 줄 때도 있지만, 값싼 화장품과 한참 풋풋한 생기를 가리는 인공적 꾸밈에 대한 거슬림이 잔소리로 폭발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물론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다. 더 자주 언급할수록 내 스스로가 세대 차이를 드러내고, 소위 꼰대로 자처하는 모양새가 되니 말이다. 

이번 호 민들레에서 ‘형식에 눈뜨게 하는 교육’을 읽으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맥락 속에서 미세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라 정의하고 있다. 글에서 맥락을 읽고 주제를 파악할 줄 아는 능력처럼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주제, 포지션을 파악하는 능력과도 통한다고 한다. 축구선수가 경기의 흐름을 읽으면서 자신의 포지션을 적절히 잡을 줄 아는 것 역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형식과 맥락에 눈 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역할인 것은 당연하고, 십대 시기에는 언어 감각과 함께 신체가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때를 놓치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조건으로 흔히 언어적 소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타인의 감정과 교감하고, 조금 더 섬세한 감수성을 표현하는 언어적 소통의 중요성에 오히려 의존하기도 한다. 그런데 미처 깊이 보지 못했던 청소년기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형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십대들에게 외모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건 수신도 발신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패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형식에 눈뜨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 어떤 장소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하려는 것은 주변과 긴밀해지려는 노력이다. 나름 맥락을 읽고 거기에 동조하려는 것이다.”

발행인의 글 중 공감했던 부분이다. 외모지향적인 염려가 생긴다면 세상과 소통하려는 에너지를 꺾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주변에서 살피고,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에도 수긍이 간다. 그러고 보니 문득 기억이 되살아났다. 중학교 시절부터 여학생들의 화장이 일상화되는 것이 마땅찮은 입장에서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딸에게 했었다. 딸아이는 어차피 자기가 맨 얼굴로 학교에 가도 교실에서 친구들이 해 준다고 했다. 친구의 아파 보이는 얼굴을 차마 그냥 두지 않는다는 아주 관계지향적인 이유에서 말이다.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그 세상에 연결되고 싶어 하는 표현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통하고 있는 걸까? 서로가 맥락을 함께 하며 스스로의 포지션을 찾는 것이 일상 속에서 잘 흐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춘천민들레모임 :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 7시에 로하스카페 나비(칠전동) (문의:010-9963-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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