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평생문화관에서 취미로 시작, 매일 새로운 힘 얻어”

“제 기억에 할머니는 이미 할머니이던 시절부터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창문만큼 큰 화선지 앞에 앉아 먹을 갈고 그림 그리던 예전의 뒷모습이 눈에 아련한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그림을 그리십니다”

그림 그린지 약 20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된 여든넷 장등강 씨.
그림 그린지 약 20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된 여든넷 장등강 씨.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여든을 넘어 첫 개인전을 연 장등강(84) 화가의 손녀가 작가노트를 대신해 쓴 내용이다. 손녀의 말대로 장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60이 넘어서면서였다. 평생문화관에서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지만 그림에 조예가 깊고 신세대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는지 시작부터 소질이 있다며 용기를 주는 이들이 많았다. 

그동안 단체전은 서너 번 했지만 20점이 넘는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기 위해선 2년이 넘도록 준비해야 했다. 손녀를 포함한 가족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지만 마음먹은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그의 성격도 80이 훌쩍 넘은 나이에 개인전을 열게 한 동력이 되었다.

“그림이라면 그리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특히 이화여대 오영길 교수의 수묵담채화에 함빡 빠졌어요. 전시회도 열었다 하면 가보고 도록도 수집했지요. 그 그림들을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아요. 그리고 또 그리고. 20년 동안 한길로 수묵담채화를 그렸어요.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새로운 힘을 얻고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화가 이야기에 그의 열정도 되살아난다. 그림을 설명하는 장 화가의 머릿속엔 이미 그림 속 풍경이 펼쳐져 있다. 사진을 보고 그리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풍경에는 두세 번 직접 가본다. 그 경험에서 구도와 색감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느낌을 잡는다고 한다. 수묵화 속의 절경들은 장엄함보다는 아늑한 평온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살고 싶은 곳, 가고싶은 곳, 좋아하는 곳을 그리는 여든넷의 화가다. 

나이는 화가로 접어드는 길목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도 힘 닿는 대로 그리고 전시회를 열며 찾아오는 이를 반길 것이란다. 

“그럼 90세 기념 개인전을 한 번 더 열까?” 질문인 듯 각오인 듯 던진 말 뒤에 수줍게 웃는 장등강 할머니는 행복이라는 그림도 함께 전시하고 있었다.   

유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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