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집집마다 술을 빚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 끊겨
강원도 전통주 제조업체 전무, 전통주에 대한 관심 필요

지난달 27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통주! 술은 역시 우리 술!’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열렸다.

강연자인 최영환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2시간에 걸쳐 전통주의 역사, 전통주의 종류와 특징, 전통주 맛의 비밀 등에 대한 흥미있는 정보를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자세하게 소개해 50여명의 청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통주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는 최영환 국순당 생산본부장.
전통주의 우수성에 대해 설명하는 최영환 국순당 생산본부장.

최 본부장은 먼저 조선시대에 이르러 제사문화의 발달로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은 술) 문화가 정착해 전국에 600여종의 명주가 존재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약산춘, 평양의 벽항주, 김제와 충주의 청명주, 한산의 소곡주 등 수많은 명주들이 지역의 특산물을 재료로 각기각색의 맛과 향을 자랑했다고 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일제강점이 되기 직전 주조 면허가 양조장 12만여 개, 자가용 면허 25만여 개 등 총 37만여 개의 면허가 발급되어 인구 7명당 1명은 주조업에 종사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제강점 후 주세를 원활하게 걷기위해 양조장을 통폐합 시키고, 주정을 이용하여 값싼 재료로 대량생산하는 희석주 제조방식을 도입하는 등의 정책으로 인해 전통주 산업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 쌀 생산량이 늘어 막걸리 제조에 쌀 사용이 허용되면서 지금은 전통주의 명맥을 잇는 복원사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우리 술의 이름을 빼앗기게 된 사연도 들려줬다.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청주와 약주가 동어였고 청주와 탁주를 아울러 ‘청탁’이라고 불렀지만 일본 술인 사케가 들어오면서 청주의 이름을 차지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강원지방의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전통주는 대게 사방 10리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신선함과 특색이 살아 있는데 강원도는 거의 산간지방이 대부분이어서 엿기름으로 만든 보리소주 외에는 그 종류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강원지방의 전통주는 식품명인 제3호 이한영 명인과 부인인 식품명인 제24호 임용순 명인이 생산하는 ‘옥선주’라는 술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는데 최근 개인 사정으로 그나마 생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일본식 청주인 사케와 비교하며 전통주의 특징을 설명했다. 사케의 경우 가장 정제된 맛에 관심을 쏟는 깊이의 술이라면, 한국의 전통주는 반대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넓이의 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사케 생산자는 질 좋은 쌀을 거의 반 이상을 깎아내며 순도를 높이는데 골몰해왔으며, 심지어 현대의 주류회사는 술을 만들기에 앞서 술맛의 풍미를 높이기 위한 쌀 품종 개발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주는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실험적으로 이용하여 당분이 있는 거의 대부분의 식자재가 술로 제조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화주’처럼 쌀로 떡을 만들고, 다시 떡을 발효시켜 요거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매우 희귀한 형태의 술이 탄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 본부장은 “전통주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것은 한국인 정서의 일부를 잇는 것과 같다”면서 “그저 취하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즐긴다는 마음으로 전통주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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