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박남숙 위원장

“반찬은 할 수 있겠더라고요. 나이가 있어서 뛰어다니는 봉사는 힘들어도 반찬이라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2017년 4월부터 오늘까지 즐겁게 만듭니다.”

교동행정복지센터와 교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복(福) 나누미 냉장고’에 매주 각종 반찬을 채워 넣는다. 교동 전체인구 약 3천900명 중 20%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인구 특성을 고려하고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어르신의 ‘식생활해결’을 위한 맞춤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 사업은 교동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담당 이우찬 계장의 아이디어와 단원들의 열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계장님이 ‘나누는 냉장고’를 설명하시더니 같이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제가 그게 되겠냐고 되물었죠(웃음). 그런데 한 번 하고 두 번 해보니 너무 좋은 거예요. 제 마음 속에 나눔의 기쁨이 얼마나 커지는지 진정한 봉사를 새로 가르쳐줬다고 너무 감사드렸어요. 지금은 전근을 가셔서 여기 없지만 우리가 남아서 새로 오신 동장님과 복지담당 직원과 함께 하고 있어요.”

박남숙 위원장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박남숙 위원장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센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냉장고가 입구에 세워져 있다. 박남숙 위원장을 만나러 간 날이 마침 반찬을 만드는 날이었다. 박남숙 위원장과 총무님이 2달씩 조장이 돼서 단원들과 함께 반찬을 만든다고. 조리실로 들어가니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세 명이 빠른 손길로 작업 중이었다. 반찬을 만들고 난 후의 열기와 세 명의 열정이 버무려져 있는 공간이었다. 약속된 시간과 기다림에 맞추느라 반찬을 담는 손과 인터뷰하러 간 우리에게 눈길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매주 독거어르신들과의 약속이 돼 버렸어요.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지금 만든 반찬을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직접 배달하기도 해요. 오늘 오후에 혹은 내일이면 냉장고가 텅 비어요. 많이 찾아 주시니 기쁩니다. 책임감으로는 못해요.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서 기쁜 마음으로 해야 가능해요. 엊그제 냉동고도 새로 들어왔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100만 원 후원도 들어왔어요. 작년에는 동춘천로타리클럽에서 150만 원어치의 식재료를, 성심병원 봄시내봉사단에서 라면을, 춘천하나식품에서 어묵, 한림대 이디야커피, 빵, 김치를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고정적인 혹은 드러나지 않는 후원자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캔을 모아서 드리면 또 그분들이 후원을 해주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만나서 서로 나누는 거죠. 이렇게 많은 분들의 마음으로 냉장고가 채워지니 제가 도리어 힘을 받네요. 내일이면 비워질 냉장고를 생각하면 더 기쁩니다.” 

박 위원장이 들려주는 ‘채워짐’의 이야기에 끝이 없었다. 반찬 냉장고는 꼭 채워놓겠다는 그 열정이 눈부시도록 빛이 났다. 지면상 다 적지를 못하였지만 ‘그득’의 의미를 생동감 넘치게 전해주었다.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1991년 교동에 거주하기 시작했어요. 제 나이 30대에 반장을 맡았고 지인이 새마을 부녀회에 소속되어 있었거든요. 어느 집에서 다과회를 시작했는데 사과를 대접했어요. 다음 달 다과회에서는 사과에 다른 먹을거리가 하나 더 추가되는 거예요. 한 집씩 돌 때마다 하나씩 상 위에 올라오는 것들이 늘어난 거죠. 돌고 돌아 사과를 내놓은 집에 가보니 첫 번처럼 사과만 나와요. 형편이 좀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사과에 ‘새우깡’을 내놓을 수 있게 제가 사서 갔죠. 그랬더니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작은 나눔이었는데 되돌아오는 기쁨이 너무 컸어요. 이때부터 제 인생에 봉사가 시작됐어요.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응원해주고 같이 마음을 보태네요. 예뻐요..

‘내가 먹을 거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만든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녀. ‘맛있을까?’ 라는 생각만 한단다. 

불만으로 민원을 넣는 분들도 있어 실망할 때도 있었지만 13명의 봉사 단원들이 자진해서 참여하고 있기에 ‘어떻게 하면 맛있게 채울 수 있을까?’만 생각한단다. 어제 반찬이 맛있었냐고, 간은 맞았냐고 물어보면 주는 것에 감사하다고 되돌아오는 말 한마디에 오늘까지 왔단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6식구가 살았어요. 장날에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장날이면 그득그득 두 솥에 밥을 담아 놓았어요. 집에 오는 대로 드셔서 누구든 꼭 밥을 먹여서 보냈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진 것 나누는 거라고. 배곯는 시절 장날 봉사를 보면서 커서인지 이렇게 극성스럽게 뛰어다니는 것 같다고 어머니한테 얘기했죠(웃음).” 

1 2018년부터 시작한 ‘복(福) 나누미 세탁소’2 반찬 나누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3 사랑을 나눌 반찬을 정성스레 담는 단원들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1. 2018년부터 시작한 ‘복(福) 나누미 세탁소’   2. 반찬 나누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3. 사랑을 나눌 반찬을 정성스레 담는 단원들.       사진 고학규 시민기자

앞으로의 소망이 있냐는 질문에 《춘천사람들》이 ‘복나누미’ 냉장고를 곳곳에서 시작했으면 한다고. 냉장고가 터질 정도로 가득 채워지기를, 2018년부터 시작한 세탁봉사로 많은 이불을 빨아서 드리기를, 현재 25명의 후원자가 늘어나서 그 사랑을 같이 나누기를, 독거노인들이 따뜻함을 많이 느끼기를,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된 분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을 수 있기를 그래서 이 따뜻함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한다.

재능기부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요즘 박 위원장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온정기부를 하는 건 어떨까 한다. 겨울 한철 봉사에 참여하는 철새기부가 아니라 한여름에도, 다른 계절의 어느 끝자락에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근처를 지나가다 빵 한 봉지 사서 냉장고 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그 누군가는 기쁠 테니 말이다. 

복날 센터에서 삼계탕을 만들어 직접 배달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그녀가 보여줬던 환한 웃음이 어느 날 빵 한 봉지 사서 냉장고에 넣으리라 하는 마음을 더욱 부추긴다.

“삼계탕 담긴 사진 너무 예쁘죠? 이게 봉사예요. 얼마나 좋아요. 나오지 못하는 거동 불편한 사람들이 정작 못 먹어서 직접 가져다드렸어요, 잘했지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백종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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