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과거 국가주도의 물 관리 정책으로 인해 발생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수량 확보와 수질관리는 물론, 생태-환경적 가치와 상-하류간의 갈등을 풀어내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는 물 관리 체계로의 변화가 요구되어 왔다. 특히 4대강 사업과 같이 정권의 필요에 의해 자행되는, 차라리 물에 대한 폭력이라 볼 수 있을 만큼 무리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막대한 비용의 문제를 겪으면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2018년 물관리기본법이 마련되면서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물 관리 체계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올해 관련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8월 말 국가물관리위원회가, 9월 중순 각각의 유역관리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물관리체계 일원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국토부에 일부 하천관리 기능이 남아있고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관리위원회의 구성 준비도 원활하지 못해 출범 자체가 지연되는 등 매끄럽지 못했다. 게다가 구체적인 재원 계획도 없이 그간 하류 대도시를 위해 규제에 묶여있던 상류지역을 지원하는데 쓰이는 수계기금을 사용하려는 논의가 있다는 점, 유역통합관리를 말하지만 관련 사무국이 없고 국가물관리위원회 사무국 산하의 일개 팀으로 출발한다는 점 등은 앞으로도 상당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는 엄연한 현실이며 이러한 변화는 관 주도, 대도시 위주의 물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상류지역의 의사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지속적인 요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비판과 회의만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없음은 모두가 안다. 결국 시민사회가 물기본법으로 대변되는 국가 물관리 체계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 낸 것처럼 이해당사자인 우리 모두가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유역단위 물 관리 체계를 만들고 성숙시키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물 관리의 기본 틀을 정하면 유역관리위원회에서 유역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게 된다. 유역 내 물 관련 이슈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자체별로 책임과 권한, 예산을 배분하고 관리감독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강유역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인구, 재원, 정치력 등등 상류지역이 열세임이 분명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관리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살펴볼 때에도 상류지역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문제가 있다고 방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류지역의 숙원사업인 지속가능한 방식의 수변공간개발 역시 이 위원회에서의 활동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이제 위원회는 구성되었고 부족하지만 상류지역의 이해당사자들도 분명 참여하고 있다. 물 관리에 있어 우리 상류지역의 필요를 관철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주장과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이제 강원도와 관련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공동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이미 유역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이상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한강수계 상류인 강원도와 명실 상부한 물의 도시인 춘천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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