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어느 다른 달보다 국경일과 국가기념일이 많은 날이다.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날이어서 특별히 ‘국경일’로 부르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날도 이틀이나 있다. 3일의 개천절과 9일의 한글날이다. 이날 외에도 국가가 기념하는 날은 많다. 국군의날(1일), 노인의날(2일), 세계한인의날(5일), 경찰의날(21일), 교정의날(28일), 지방자치의날(29일) 등이다. 여기에 최근 다시 국가기념일이 추가되었다.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현대사의 4대민주화운동의 하나로 평가되었던 부마민주항쟁기념일이 이달 16일로 지정되었다.

이렇듯 국가적 기념일이 많은 탓인지 이 10월에 국가적 쟁점이 전국을 뒤덮고 있어 지역의 정치나 지역민의 삶이 처한 문제는 실종된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이른바 ‘조국대전’, ‘조국대첩’이라고 하는 중앙의 여야 간 정쟁이 민생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느낌이다. 

사실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언론이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조국대전’이나 ‘조국대첩’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사태를 정확하게 보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를 넘어서 호도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말 그대로 ‘조국’이라는 사람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건의 본질은 검찰개혁이다. 조국이라는 사람의 법무장관 취임은 검찰개혁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시작은 그렇게 된 것인데 이제 사건의 흐름은 조국이라는 사람의 장관직 수행(in)이냐 아니냐(out)는 지점을 관통하고 있다. 미디어를 채우고 있는 많은 보도들이 조국 법무장관 일가의 검찰 수사와 기소 혹은 구속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국민들 역시 사태의 본질을 종종 잊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1백만을 넘어섰다는 여권 지지자들의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에서도 ‘조국 수호’라는 문구는 빠지지 않았다. 그간 국회 안팎의 다양한 시위나 활동을 통해 볼 때, 검찰 개혁보다는 여당 무너뜨리기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이는 야당과 그 지지 세력의 3일 광화문 집회 역시 ‘조국 파면’을 중심에 내걸었다. 이 집회에 모인 인원이 3백만이라는 숫자가 강조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한층 더 검찰개혁이라는 원 문제의식은 실종될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숫자의 정확성이나 모인 사람들의 동원 여부 등이 화제의 중심에 등장하는 모습을 이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성숙한 토론이 불가능하다. 안 그래도 여당이나 여권 지지자들의 대다수는 ‘검찰개혁’을, 야당과 그 지지자들은 ‘조국파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비대칭적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데, 다른 비본질적 쟁점이 층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긴 하지만 다수의 양심적인 전, 현직 검사가 인정하고 있듯이 권력이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검찰은 개혁되어야 한다. 정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다.

어떻게 해야 쟁점을 돌릴 수 있는지는 논쟁의 전위에 서 있는 정치권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비대칭 구조에서는 대칭이 될 수밖에 없는 지점으로 방향을 틀면 되는데 그 지점은 민생이다. 먼저 여권이 민생으로 한발 먼저 나아가면서 야권이 들어오지 않을 수 없는 구도를 만들어야 해결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정권 창출은 상대 정치세력 무너뜨리기가 아니라 민생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다.

해결은 되도록 빨리해야 한다. 검찰 만이 아니라 지역 정치와 행정에 있어서도 새로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주민자치 시대에 걸 맞는 문화, 제도적 변혁이 시급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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